No.26 매력 교환극 연애(1) - 계급과 정상성, 그리고 친밀할 기회

   “매력적이니까요.”

    ‘그 사람 왜 좋아요?’에 대한 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위와 같다. 그러니까 연애할만한 대상으로 누군가에게 끌린다고 할 때 말이다.

    연애가 아니더라도 친구를 사귀거나 지인으로 곁에 둘 때 그 사람의 매력은 중요하다. 정치인도, 영업사원도, 심지어 악역 캐릭터도 매력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친구나 여타 사회적 관계는 예의나 신의 배려 등의 인품이 보다 좌우하는 반면, 연애에서의 매력은 다른 관계보다도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보통 연애 대상으로서의 매력은 불가해한 것,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무언가로 묘사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미디어 속에서 ‘첫 눈에 반할 때’ 그 대상에게 후광이 비치고 꽃잎이 날린다거나, 슬로우 모션으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마법적 순간처럼 연출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불가해한가. 나는 매력적인 외모를 1순위로 두며 데이트 어플들을 돌렸었다. 의사 가운을 입거나, 외제차를 뽐내고, 키나 몸무게만 적거나, 학교만 내세운 경우는 모두 제외했다. ‘그 사람 고유의 매력이라기보다 스펙이고, 너무 내 여성적 매력과 거래하는 느낌이 들어서, 많은 경우 외모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제외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경기도에서 어플을 돌릴 때보다 서울에서 돌릴 때 내 마음에 드는 남성들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얼굴 생김새, 패션, 멋진 프로필 사진을 위한 배경이나 이미지 연출력 센스 모두 그랬다. 심지어 ‘반려동물의 외모’조차 그랬다. 서울에서 돌릴수록 잘 관리된 품종견, 품종묘들을 프로필 사진에 넣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모를 1순위라 해도 또 그 중에서 ‘누군가를 골라야’ 한다면, 외모 외에 나머지 조건들을 종합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인지,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리지 않은지, 유머 센스가 있는지 등. 그리고 이런 요소는 외모와 무 자르듯 구별할 수 없었다. 나이가 많이 어리면 꾸밈 자본이 부족하거나 너무 많으면 ‘아저씨 같아’ 보이는 식이었고, 드라마틱한 이미지는 해외(서구권) 여행 배경으로 찍은 경우가 많거나, 유머 센스가 있다는 것은 심적 여유가 많은 상태인 식이었다. 이런 요소를 다 걷어내 순수하게 ‘얼굴’만 본다고 해도 도용이나 ‘실물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또 아주 뛰어난 외모를 꼽으려면 그 외모가 절대적이 자본이 되는 직업인 배우나 모델을 스와이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모’만을 선택지로 뒀지만 결국 매칭되어 대화를 나눠본 이들 대부분은 서울권 거주, 4년제 졸업, 해외 경험, 세련된 외양과 잘 관리된 식단으로 몸을 가꿀 수 있는 중산층 계급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외모는 계급 외에도 ‘정상성’과 높은 관련이 있었다(물론 이 둘은 긴밀한 요소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양한 외모의 사람을 보면서도 장애인이나 동남아 계열 남성들을 본 적이 없었다. 데이트 어플 프로필만 놓고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모를 지경으로 영어와 병기하거나, 영어만 써 둔 경우가 많았다. 가능한 언어를 적어둔 경우도 많았는데 일본어, 독일어, 영국어 등 소위 ‘선진 국가’ 들의 언어들이었다. 대학생인 경우 학벌을 적어놓은 경우 보통 해외 대학교나 ‘스카이 서성한중경외’ 정도였으며 직장인인 경우 대기업 사원이나 ‘여의도’라고 적어 놓은 경우가 많았다. 또 위에서 언급한 반려동물의 ‘품종’이라는 것 역시 계급 뿐 아니라 ‘순혈주의’라는 정상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키 작아요’, ‘우울증이 있어요’, ‘이름 모를 대학’이라고 약점을 프로필에 적은 경우도 적지 않았고 그것 자체가 나에게 종종 매력 요소로 어필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아예 ‘정상인’, ‘착하고 잘 웃는 분만’, ‘화목한 부모님 아래서 그늘 없이 자랐어요’ 등으로 써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틴더에 ‘친구가 맘에 들어 할까요?’라며 상대방의 프로필을 친구에게 공유함으로써 ‘매력에 대한 판단’을 맡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매력이 정말 주관적인 것이라면 왜 굳이 이런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예 ‘마음’만 강조하는 데이트 어플도 설치해 본 적이 있다. 심리 검사를 토대로 잘 어울릴 만한 사람을 매칭해 준다는 시스템이었고 나도 이 어플에서는 얼굴 이미지를 걸어놓지 않았으며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내면 가치들을 프로필에 걸어두었다. 하지만 이 어플은 결국 재미가 없어서 금방 그만 뒀다. 왜 그런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심리 검사와 프로필란이 형식적이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대화를 건 상대방에 대한 시각적 정보가 없으니 흥미가 잘 생기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다시 말해 상대의 매력이 가늠되지 않으니 대화만으로 끌림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음’을 강조하는 어플에 흥미가 떨어진 이유를 더 정확히 대면하자면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 알고 보니 내 외모 기준과 많이 다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깔린 전제를 파고들어보니 결국 ‘교환할 만한 매력’이 가늠되지 않아서였다. 데이트 어플에서 이미지만 가지고 한시적으로 만날 사람을 찾는다고 할 때(나 같은 경우는 데이트 어플에서 일반적 의미에서의 ‘연애 대상’을 찾지 않았다), 상대방의 매력을 재는 것은 항상 ‘나의 매력 자본’이 기준점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너무 매력적이면 부담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연애는 역할극일 뿐 아니라 매력 교환극이기도 했다. 연애 상태가 곧 매력의 증명이 된다는 것은 이런 연애의 구조도 깔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매력의 정체가 계급성과 정상성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모태솔로라고 하면 ‘루저, 아싸’ 취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어떤 사회의 계급, 정상성 자원에서 멀어질수록 성적 끌림을 교환할 기회, 친밀감을 형성할 기회 역시 박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애는 계급 교환, 정상성 교환의 최전선 중 일부이다(이런 점에서 결혼과 닮았다).

    다음 글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매력 교환의 조건이 다르며 역할극과 교환극이 맞물린다는 이야기를 풀어 보겠다. 그리고 그것이 연애의 ‘진지함과 가벼움’의 양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더욱 자세히 분석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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