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지루한 풍광이 늘어진 읍이나 면, 세련된 행정 구역에서 벗어난 도심 변두리, 맛집 같은 유명세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소도시 공간을 선호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길의 사람과 건물, 그것들의 그림자조차 소박하다. 포장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일상의 간결함만 있는 거리에서 쏟아지는 이야기는 오래 머물러야 읽을 수 있다. 프레임 밖의 흩어진 이야기들을 응축해 내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의 사진 찍기다. 


    인간의 근육이 써 내려간 굵직한 페인트 글씨에서 ‘노동’의 농밀함을 본다. 팔도 어딘가에 숨어 몸을 부리는 수많은 육체의 흔적들을 떠올린다. 정교한 아크릴 간판과 비교하면 신뢰도가 떨어질 법한 글씨체인데 오히려 건필을 느낀다. 시간의 묵은 때가 주는 안정감과 오래 견딘 것들의 침묵……. 프레임 안에 텍스트가 갇히면 카메라 셔터가 60분의 1초에서 멈춘다.


    2004년 내가 사는 의정부에서 찍었다. 친절한 화살표의 안내대로 계단을 오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발을 디딘 적이 없다. 못내 아쉽다. 2019년 팔도인력 사무실에 피시방이 들어섰다.


사진가_ 황석선 

stonesok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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