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도시 자신의 도시에서, 자기 공간의 주인으로서, 즐겁고 금빛인 인생의 아침부터 꼭 같은 장소에 계절이 돌아오는 풍경을 음미하고 차분한 오후가 따라오는 낮 시간을 만나는 행복한 사람 아름다운 비둘기처럼 변함없고 꾸밈없는 달과 해는 그의 저택으로 향하고, 싹을 틔우는 장미나무와 같이, 행복한 사람의 삶은 매시간 빛에서 꽃피운다. 그는 나아가지, 운명의 그루터기에 새싹을 돋게 하고, 들쑥날쑥한 나뭇가지와 먼저 난 나뭇가지를 섞으면서, 그의 정연한 마음은 꼭 그의 정원처럼 오래되어 잎이 없는 나무껍질 위에도 새로운 꽃들이 가득하지. 행복한 사람은 그림자와 사랑, 노을에 타는 듯한 풍요의 언덕들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이어지는 무수한 날들 속에서, 도시를 흐르는 강가에서 꿈을 향한 목마름을..
열렬한 노래 애정이 담긴 기타 연주, 정열적인 노래는 관능과 우수, 힘에 눈물을 흘립니다, 햇볕에 나무껍질과 잎사귀가 그을린 나무 아래에서, 낮고 뜨거워진 집 담벼락 앞에서. 줄기 위의 꽃들이 살랑거리듯 욕망은 넘실넘실 바람에 몸을 흔들고, 한탄하고 몽상에 잠겨 오던 영혼은 희망과 기대, 아찔함에 죽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아, 온화하고 청명한 창공이 어찌나 황홀한지! 나의 사랑, 숨을 골라요, 훗훗한 돌풍 속에서 경쾌한 매미 울음소리를 이끌어내는 음악 속에서, 공기 중에 흩어지는 꽃가루처럼 흐르는 노래 속에서.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la-chaude-chanson.php 다은 여름이 견디기 어렵게 더워졌다. 덥다고 느..
오, 빛나는 아침이여 오, 하루의 청춘인 빛나는 아침이여 그토록 긴 밤을 보내고 다시 만날 황금빛 오전을 위해 윙윙거리고 활기찬 말벌처럼, 따스하게 자연을 쏘아 올리며 놀라는 아침이여. 멋들어진 장미들과 허브들이 파티하는 아침은 민첩한 바람에 웃고, 두 눈처럼 뜨인 빛나는 수풀 속에서 차분한 밤이 되기까지 꽃들을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하루의 시선. 수증기와 숨결과 빛을 뒤섞으면서 무구한 분위기 속에서 뛰노는 기분 좋은 희망의 시간 하얀 새벽이 떠오르는 풀로 뒤덮인 언덕에서 수북한 토끼풀들이 그들의 귀뚜라미에게 노래를 시키는 곳 아래에서. 생명수를 머금어 완전히 촉촉해진 아름다운 시간 바다가 적셔 떨리는 태양빛 움직이는 나뭇가지들 속에서 느닷없이 깨우네 아침 새들이 즐겁고 시끄럽게 지저귀는 소리를. 건강하..
달을 향한 말들 달님, 우리에게 말해주세요, 오, 완미하신 달님! 마치 너울대는 바다처럼, 인간들이 당신의 욕망대로 따르는 것이 즐거움이라면요. 그것이 당신의 바람인가요, 온종일 은은하고 잔잔하던 인간들이 밤중엔 들판들 낱낱이, 도시들마다 사랑의 죄악에 사로잡히는 것이요? 입맞춤들, 그건 당신을 향하여 솟아오르나요,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물기처럼, 당신의 도도한 이마 위로 어렴풋이 반짝이는 무지개 빛무리를 만들기 위해서요? 당신이 삐죽일 때면, 당신을 사로잡기 위해서, 혹은 당신의 기분을 달래기 위하여, 아름다운 두 뺨의 달님이시여, 사람들은 목을 매거나 침잠하게 될까요? 신발 없이, 기쁨 없이, 동전 한 푼 없이 걷는 그들을 위해, 거친 길 위 발걸음에 빛을 가질 수 있도록 당신이 청명하게 빛을 발하는..
내가 잠드는 밤에 내가 잠드는 밤에, 그리고 무용한 하늘에 세상의 텅 빈 아름다움이 감도는 밤에, 도시의 어둡고 높은 집들이 숨결이 사라진 묘비들처럼 평온할 때, 용해된 죽음 앞에 이제 불공평한 차이란 없어 나의 영혼 없는 이마와 너의 파괴된 육체, 그리고 별다른 것 없는 최후와 음울한 똘레랑스 사이에도. 침대들의 침묵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원문: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la-nuit-lorsque-je-dors.php 죽음을 이야기할 때 평온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의 에스텔라는 웃는지 우는지 구별이 안 되는 표정에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으며 모종의 목표를 이뤄줄 의상 디자인에 매진한다. 의 나타샤는 어두운 전투복을 차려..
여름 저녁 옅은 우수가 표면에 길게 늘어진다 고단한 풀내음이 너를 향해 떠오르는 게 느껴져? 축축한 저녁 바람이 정원을 음울하게 해 물은 잔잔히 떨고 물결에 연못 표면이 얇게 조각나고 그 조각들은 완전히 겁을 먹은 것 같아 즙이 많은 줄기에서 비롯된 이상한 맛 네 손은 내 손을 세게 잡고, 그러면서도 너는 잘 느끼지 내 꿈의 고통과 네 꿈의 달콤함이 갑자기 우리를 서로의 외부인으로 만든다는 걸 말이야 무의식적이고 미약한 우리의 마음이란!... 나무들 속에서 노는 꽃잎들은 차가워 그들이 접히고 살랑거리는 걸 봐, 그림자는 자라나고 저 꽃들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향기를 지니고 있어... 슬픈 옛날은 내 영혼 속에서 일어나고 소중한 추억들은 유령처럼 네 주위를 맴돌지. 겨울이 더 나았어 내게는 말이야. 대체 왜..
근심스러운 욕망 자아 다시 여름이네요, 더위와 빛, 꾸밈없이 평온한 식물의 소생, 청량한 아침, 미지근한 밤, 더디 가는 하루, 영혼 속의 기쁨과 고통이 돌아왔습니다. 자아 여기 꿈과 달콤한 광증의 시간이 왔습니다. 낮의 내음에 취하고 마는 심장이, 홀연히 그리고 기분 좋게 움트는 생명을 줄곧 바라던 다정한 근심에 빠지는 시간 심장은 꽃이 피어나는 온습한 공기 중으로 솟아오르고 뛰놀아요. 나의 사랑이여, 이 더운 날에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바라보고, 달려 나가고, 두 손을 펼치고, 웃어버리던, 놀라운 어린 시절이 선명히 깨어나길 바라나요? 격분의 충격으로 상처받은 꿈들이 천진하게 두근대며 도약하길 기다리나요? 노력 없이도 영혼의 활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던 지난날의, 온화한 날씨의 맛인가요? 아! ..
삶을 즐길 시간 벌써 타오르는 듯한 삶은 저녁을 향하여 기울어가 너의 젊음을 들이쉬렴, 시간은 짧아 포도밭에서 양조장으로 가는 시간도, 어스름 새벽이 저무는 하루로 가는 시간도. 주위의 향기들에, 일렁이는 움직임들에 네 영혼을 계속 열어둬, 노력을, 희망을, 긍지를 사랑하렴. 사랑을 사랑해봐. 그게 오묘한 거야. 살아있는 마음들이 은둔의 집으로 얼마나 많이 떠나버렸나, 꿀도 마시질 않고 이 땅의 아침바람도 느껴보지 않은 채, 얼마나 많이 떠났나 이 밤에 검은 딸기 뿌리와도 같은 이들은, 태양이 펼쳐졌다가 접혀드는 이 삶을 맛보지도 않았지! 그들의 두 손 가득했던 금과 본질 쏟아내질 않았어, 그들은 지금 여기에 있지 우리 잠드는 이 그늘 속에 꿈도 활력도 없이. 너는, 살아가, 끝없이 나아가, 희망과 전율..
향기 내 마음은 떠다니는 향기들로 가득한 궁전 이따금 내 기억의 주름에서 잠드는 향기들 그리고 숨어있던 꽃다발들이 불현듯 깨어나고 향주머니가 옷장의 깊은 곳으로 미끄러지듯 스며드네 나의 사라진 쾌락들의 수의를 들어올려 슬픈 붕대들을 해방시키자... 섬세한 힘으로, 마음을 환기해주는 신들인, 향기들이여, 그대들의 풍요로운 향로들이 내 쪽으로 연기를 뿜을 수 있게 내버려 둬주시기를! 4월의 꽃냄새, 베어진 풀이 말라가는 계절의 내음, 축축한 방들에 피어오르는 첫 불길의 향수, 오래된 집들에 퍼지는 아로마, 그리고 빳빳한 벨벳 벽지에 몽롱해지고 빵 굽는 화덕에서 새어나오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맛, 어둠의 모음집으로 나른하게 만드는 향, 나뭇가지의 냄새를 일깨워주고 탄식하게 하는 흐릿해진 우리 젊은 사랑의 기억..
더는 속이는 일이 아닌, 사랑하는 일 더는 속이는 일이 아닌, 사랑하는 일. 어떤 계략도 필요 없어 우리가 마음에 들어 했던 달아나는 몸을 따뜻한 팔이 꼭 안아줄 때면. 꿈꾸고 노래하고 너의 낙원을 짓는 내 목소리를 믿어봐. 만약 네게 말해주지 않았더라도 내가 못됐다는 걸, 넌 알았을까? 마음속에서는, 조금 짓궂긴 하지, 때로는 다시 깨닫곤 해 너를 사랑하면서 포기했던 그 분별 있는 외로움을!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aimer-c-est-de-ne-mentir-plus.php 민주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일에도 솔직함이 필요하다. 방어막은 대부분 좋아함의 주체가 치는 경우가 많고 그것에 쉽게 좌절하는 것도 본인일 터다..
열의 웃거나 울기. 그러나 마음만은 화병과 같이 향으로 가득하기를, 그리고는 활력이든 나른함이든 황홀토록 억누르기를. 마음이 깊어지는 한, 오그라든 이파리를 날개들이 살랑이는 나무처럼, 고통스러워하거나 기뻐하기. 생각하면서 혹은 꿈꾸면서 아무튼 떠나기. 그래도 심장은 자신의 생기를 주고, 영혼은 노래하고 일렁이길, 바람에 밀려드는 물결처럼. 마음은 환히 밝혀지거나 베일을 쓰거나, 어둡든 선명하든 돌고 또 돌아도, 그 그림자와 그 빛은 해나 별을 지니기를... 원문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l-ardeur.php 다은 매 시가 새롭다고 하지만, 이번 시는 좀 더 신비로운 문체였습니다. 그 어조가 지금까지의 시와는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
4월을 위한 노래 밤새도록 이슬비가 툭툭 총총 미끄러져 내렸어 깊은 숲속으로 들이쉬러 와 씁쓸한 초록의 향기를. 네 마음은 싹트기 시작하는 하루처럼, 서글프고, 어둡고 지쳤어 사랑 어린 라일락의 향기가, 순식간에 저물어 갈 거야. 오늘, 가여운 영혼은 몽롱한 고통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낀다. 축축하고 죽어가는 잎사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을 들으러 와.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chanson-pour-avril.php 민주 독자 여러분, 「4월을 위한 노래」가 마음에 드셨나요? 왜 마음에 드셨는지 궁금한데, '음... 그냥'이라고 대답하신다면 제일 기쁠 것 같아요.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는 것처..
내면의 목소리 나의 영혼이여, 어떤 걱정들이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나요? 살아가는 건 당신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죽는다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요. 그래도, 당신은 결코 세상의 다른 짐을 지진 않을 거예요. 살아있는 대상이 되는 것, 놀고, 죽어가는 대상이 되는 것 외에는 말이죠. 나의 영혼이여, 삶을 사랑하세요, 존엄하고 매서운, 혹은 하찮은 그 삶을. 인간의 온 노력과 온 땀을 사랑하세요. 당신의 정성에 언제나 등유가 가득 찬 램프가 당신 두 손 사이에서 생생한, 진리일 수도 있겠죠. 새를, 꽃을, 숲의 내음을 사랑하세요. 노래하는 도시의 명랑한 웅성거림을, 매서운 혐오는 없는 기쁨을 사랑하세요, 악의에 찬 음흉한 비밀도 말고요. 죽음마저도 사랑하세요, 그는 당신의 선량한 후원자, 그로 인해 ..
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아침이여, 나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너무나도 좋았답니다. 순탄하기도 꼬이기도 하는 인생에 다다르기 위해서, 사람들이 당신께 힘을 요청하는 시간 나의 마음을 무겁게, 고요하게, 반쯤 닫히게 만들어주세요. 잠에서 깬 사람들은 환호를 받아야만 하지만 나의 예민한 영혼은 넘치는 것밖에 몰랐습니다. 아침이여! 당신이 이따금 나의 열정이 쉬도록 내버려두신다면, 나도 모두들처럼 마땅히 환호받을 수 있을 텐데. 나의 활동 무대와 멈출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그들의 형제를 찾는 내 존재가 그들을 넘어서길, 나는 언제나 시공간 속에서 높이 떠오르기를 수탉의 울음소리와 바다의 폭풍우처럼! 우주는 매일같이 나의 생명력에 호소하고, 나는 그 힘찬 갈망에 끊임없이 대답했습니다. 다만 천진하고..
이 밤은 오래도록 밝을 거야 이 밤은 오래도록 밝을 거야, 길어지는 나날들, 경쾌한 하루의 소음은 흩어지고 사라지고, 밤이 보이지 않아서 놀란 나무들은, 하얀 밤에 깨어 있는 채로 머무르고 몽상한다… 무거운 황금빛 공기 중에서 밤나무들은, 그들만의 향수를 뿜어내고 펴 바르는 듯해. 사람들은 향기의 휴식을 방해할까 두려워서 감히 나아가려 하지도 부드러운 바람을 휘저으려고도 하지 않아. 도시에서 시작된 먼 바퀴 소리… 약한 산들바람이 일으킨 흙먼지는, 감싸고 있던 지치고 흔들리는 나무를 떠나며, 잔잔한 길거리로 서서히 다시금 내려앉는다. 우리는 그토록 꾸밈없고 자주 찾던 그 길을, 날마다 마음에 그리는 습관이 있어 그럼에도 생에서 어떤 것들은 변하고, 우린 다시는 이 밤의 영혼일 수 없을 거야… 원문링크 h..
공원에서의 슬픔 울창한 풀 속으로 들어가자 햇볕이 길을 드리우는, 춤추는 잎새의 그림자들이 손처럼 어루만지는 길로. 꽃받침에서 올라오는 부드러운 향을 들이마시자. 우수의 또 열의의 비참한 재미를 음미하자. 우리 둘의 조화로운 영혼이 저마다 비밀스러운 향을 주고받기를, 아린 이끌림이 몸과 마음을 하나로 잇기를... 여름은, 싱그러운 입사귀들 속에서 뛰놀고 쉬고 또 취해. 하지만 놓아줄 것이 없는 사람은 아쉬운 꿈에 눈물을 흘리지. 행복, 포근함, 기쁨은 뒤얽힌 팔들 사이를 붙잡아. 그럼에도 마음들은 고립되고 피로해, 마치 휘청이는 어느 잔가지처럼. 어째서 여전히 이리도 슬픈 걸까 운명은 순조로운데도, 그리고 왜 이 하릴없는 이끌림은 죽음을 향하는가? 원문 링크 https://www.poesie-franca..
휴식 신비롭고 낯선 믿음의 쾌락, 사랑, 아름다움, 욕망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많이 했지 사랑과 고통에 지친 채로 되돌아오는 나의 영혼에. 자, 만족을 모르는 영혼아, 그림자 안에서 깊은 잠을 자자, 슬픈 갈망에서 벗어나 삶 너머의 기쁨 그리고 인간사를 초월한 사랑을 꿈꾸면서… * ‘이교도적인’, ‘기독교가 아닌 비주류 종교의’ 등을 의미하는 단어 ‘païen’은 다소 차별적인 의미를 빼고 문맥에 맞게 다듬어 ‘낯선 믿음의’로 번역했다. * 원문 링크 : www.poesie-francaise.fr/anna-de-noailles/poeme-le-repos.php 민주 휴식과 사랑. 나에게 있어 의미가 많이 바뀐 단어들이다. 오랫동안 휴식이란 한 '공간'에서 몸을 쉬게 하는 일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언젠..
계절과 사랑 해가 내리쬐는 잔디밭은 보랏빛 초롱꽃으로 가득차 있어. 지치고 그을린 날은 헐떡이고 풍차의 날개에 매달려 있지. 자연은 한 마리 벌처럼 꿀과 향기로 가득하고, 바람은 꽃들 사이에서 몸을 흔들고 반짝이는 온 여름은 선잠을 자네. 오, 아침의 맑은 명랑함이여. 자신만의 흐름으로 꾸밈없는 영혼이 춤추는 곳, 꼭 파초 잎이 드리우는 샘처럼! 빛을 발하는 거미들은 진홍빛 실을 따라서 미끄러지고, 젖은 그늘의 열기 속에서 심장은 태양빛을 타래에 감는다. 한낮의 취기, 염소 떼가 타고 오르는 적갈색 포도밭, 지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입술을 누르는 어지러움. 고개 숙인 호밀밭 한가운데에 서있는 오두막들, 넓고 낮은 문 앞에 어린 구즈베리 나무들이 있는 풍경... 공기가 잠잠해지고 잘 익은 수확물이 고개를..
오늘 밤 네가 잠들 때 오늘 밤 네가 내게서 멀어져너만의 슬픈 밤으로 잠들 때,꿈속에서 내 팔을 베고 누운근심으로 무거워진 아름다운 목. 너를 방해하는 건 내게로 던져버려슬픈 생각들도 흐트러뜨려 그러면,난 그 어둠들을 그림자 속에 그러모을게.땅만 바라보며 이삭 줍는 사람처럼사랑에 취해,장미와 백합과 팬지의 수를 헤아리는 사람처럼... ─안나 드 노아이유『사랑의 시들』 (1924) 원문 제목 Quand ce soir tu t'endormiras Quand ce soir tu t'endormirasLoin de moi, pour ta triste nuit,En songe pose sur mon brasTon beau col alourdi d'ennui. Jette vers moi ce qui t'encomb..
우리는 교수님들을 참 좋아했다. 운동장에서 걸어가시는 모습으로 보나 강의하실 때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보나 너무나도 멋있어서 외면하기 힘든 분들이었다. 프랑스어 공부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있어도 교수님들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없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교수님들과 대화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 진짜 멋있다”였다. 누군가가 나를 굳게 믿어주는 느낌. 우리는 자연스레 은사님들을 롤모델이라고 부르고, 그들의 팬클럽이라도 된 양 좋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학기 번역 수업에서 C 교수님은 나와 다은에게 학술제에서 4학년 대표로 시 한 편을 낭독하라고 했다. 나는 이미 2학년 대표로 나간 적이 있었고, 3학년 대표로 나가지 못했던 것이 내심 아쉬웠던, 주목받기 좋아하는 학생이었기에 친한 친구와 졸업 전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