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은 누구의 것인가 다시, 실비아 플라스예요. 번역 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작품들은 시적 구성과 비유, 사유의 흐름이 워낙 단단해서 여러 번 들여다봐도 매료되지 않을 수 없죠. 여성 억압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후기 시의 경우가 특히 그렇고요. 이번에 소개할 시는 라는 짧은 작품이에요. 은유 나는 아홉 음절로 된 수수께끼입니다.코끼리, 육중한 집,두 넝쿨손 위에 한가로이 매달린 멜론.오 붉은 과일, 코끼리 상아, 질 좋은 목재!발효되느라 크게 부풀어 오른 이 빵 덩어리.이 두둑한 지갑에 담긴 새로 주조된 돈.나는 수단이고, 무대며, 새끼를 밴 암소입니다.내릴 수 없는 기차에 올라탄 채,나는 풋사과 한 자루를 다 먹어치웠습니다.(1959년 3월 20일) - 출처: 『실비아 플라스..
바기나 덴타타vagina dentata의 어떤 읊조림 캐논 인페르노 손에 땀을 쥐고 깨어나는 아침이 있다 손에 벽돌을 쥐고 눈을 뜨는 아침이있다 피에 젖은 벽돌이 있다 젖은 도끼 빗이 있다 머리 가죽이 벗겨질 때까지 나를 빗질해대는 가차 없는빗살이 있다 가차 없는 톱니가있다 옆집 개를 톱질하고 온전기톱이 전기 톱니가 있다 무서운 틀니가 있다 죽은 사람의 틀니를 끼고씩 웃어보는 자정이있다 똥을 지리도록 음란한 자정이 있다 음란하기 짝이 없는 목구멍이 있다 괄약근 없는식도(食道)가 있다 대대로물려받은 음탕한괄호가 있다 그 괄호를 납땜하는 새파란 불꽃이 있다 내 배때기를 푸욱 찔러라 찔러이 방 저 방 따라다니는 노모의 칼끝이 있다 밤새도록콕콕콕 찍히는 마룻바닥이 있다 뒤통수가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거울이 발..
[페미의 시 읽기]의 대문을 처음 열어줄 작품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예요. 사실 '실비아 플라스' 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그 치열한 시 쓰기를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시인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하곤 했죠. 플라스는 두 아이가 다음 날 먹을 아침을 넉넉하게 챙겨놓고, 아이들 방으로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접착테이프로 문틈을 꼼꼼히 봉한 뒤, 오븐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에 의해 천천히 질식되어 죽어갔다고 해요. 플라스의 자살과 관련된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들자면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테드 휴즈)을 꼽을 수 있을 거예요. 바통을 이어받듯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행해왔던 여성억압은, 플라스의 전 생애동안 떼어낼 수 없는 피부처럼 달라붙어 그녀를 옥죄었을 테니 말예요. 그녀의 여러 작품들에서 고스란히 이에 대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