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노래를 지어 장안에 퍼트린 서동처럼, 이런 설화를 세간에 퍼트리고 싶다는. 「이 세상을 짓기로 결심한 신은 삼라만상을 있게 한 뒤 마지막으로 인간을 빚었다. 한 인간은 여자로, 다른 한 인간은 남자로 이름하였다. 신의 실수였는지 무능의 소산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느 날 남자로도 여자로도 이름 지을 수 없는 인간이 태어났다. 너는 나의 아이가 아니로구나! 조리에 어긋난 탄생에 의구심을 느낀 신은 이 ‘이상한’ 인간을 세상 밖으로 내쫓았다. 더불어 ‘이상한’ 인간에게 그가 지은 세상이라면 그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저주를 내렸다. 그런데 이상하지. 인간은 죽지도 않고 오래도록 걸으며 보았다, 계속해서 이름-바깥의 인간이 태어나는 것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