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나는 머리 염색약과 은銀에 알러지가 있다. 원주민들 중에서아즈텍인을 가장 좋아한다. 도려낸 남자들 가슴에 불을 지피고 세계가 계속 빙빙 돌아가게 하는 그들의 방식을.빵을 먹지 않으려고 목화송이를 먹는 여자들을 본 적 있다.차고에서 춤추던 그날 밤, 그때처럼 아름다운 날이 다시 있을까.검정 부츠, 검정 스웨터, 검정 청바지로 멋을 부린 나는 거식증이었고힙합 음악과 낯선 소녀, 내 엉덩이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던 그녀. 갈망은 갈증이다. 어느 밤 나는 술에 취해 태평양 바다와 언쟁을 벌였다. 스무 살이었다. 만화의빈집털이범처럼 나는 남자들 몸속으로 침입했다. 스무 살이 아니었다.그 시절, 겨울이면 나는 침대를 따라 크리스마스 전구를 감아놓고불을 켜 두었다. 아래층 사는 이탈리아인 집주인과 말다툼을 했다..
사랑의 발명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년이 대기실에 앉아 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떠나고 대기자 명단을 확인하고 예약을 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파손된 물건을 가져온다. 전에는 효험이 있었으나 이젠 듣지 않는 약. 사랑하지만 죽어 썩어가는 애완동물의 시신. 수많은 결혼생활이 부서져 발명된 물건들의 발명가에게서 수리를 기다린다. 그는 페니실린과 프로작을 발명했고 습포제, 부위, 인공 수족을 만들어내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결혼은 사실 그의 첫 번째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상담사나 애완동물 애호가, 소생술사, 약리학자로 여기지 않는다. 가끔 비서를 시켜 사람들을 죄다 대기실 밖으로 몰아내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와, 자판기 안 음료수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
백인이여, 내 친구가 되는 법을 알고 싶다면 첫 번째로 할 일은 내가 흑인이란 사실을 잊는 것두 번째는, 내가 흑인이란 걸 절대 잊지 않는 것이다. 아레사라면 아무렴 무조건 좋아해야지.그렇다고 내가 올 때 매번 그녀의 노래를 틀진 마시게.베토벤을 틀 생각이면 그의 인생 역정을 늘어놓지 말고. 음악감상 수업은 우리도 들었다네. 당신 입맛에 맞다면 소울 푸드를 먹어 보시라.그렇다고 내가 식당 위치를 찾아줄 거라고, 혹은내가 요리해 줄 거라고 기대하진 마시고. 어떤 흑인이 당신에게 모욕을 주고몸을 만지고 여동생을 강간하고 당신을 강간하고당신의 집을 찢어놓는다면, 혹은 그저 멍청이에 지나지 않는다면그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히고 싶다고 해서제발 내게 사과하지 마시라.당신이 바보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네. 어쩌다 흑인..
아름다움 에 그녀가 나왔다.몇 년 만에 출연한 바르도를 마침 누군가 알아보았다. 나무 사이로 달리고 있는 브리짓 바르도와 함께, 풀밭을 질러개가 달려갔다. 여전히 머리가 길었다.또 다른 장면에서 그녀는 테라스에 앉아 있었고늙어 보였다. (이를테면 햇볕에 그을린 얼굴.)미美의 침해는 결코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예전에 내 아버지는 사랑하던 개가목장 주인의 양을 쫓다가 물어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곧장 밖으로 나가 개를 쏘았다. 그 이유에 대해그는, 길들여졌던 개가 한 번 피맛을 알면 절대 그것을 멈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필 譯) 이 시를 읽고 나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되는데요. 화자는 이 질문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랑했던 개의 죽음과 관련지어 이야기합니다. 미美와 자유의 관계,..
결혼 내 남편은 요리 프로와 건물 프로, 디스커버리 채널, 수술 채널을 즐겨 본다.어젯밤 그는 우리에게 응급실에 실려 온 한 남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자는 두개골과 뇌가 단검에 관통당한 상태였다.칼은 빼낸 거야? 우리는 일제히 물었다.빼냈지. 다행히 남자는 멀쩡했는데 칼날이 정확히 두 반구 사이로 들어가 절단되진 않았지.대체 누가 그의 머리에 칼을 찔러 넣은 거야? 그의 부인이.그 여자 힘 좋네, 누군가 말했다. 다들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필 譯)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있는데 섬뜩하군요. 방심하고 읽다가 우리도 한방 찔린 듯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곧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위급 상황이 유머로 바뀌는 지점에는 듣고 있는 사람들의 선명한 리액션이 있습니다. 마리 하우의 시는 일상생활과..
빌어먹을 고양이 저기 빌어먹을 고양이가 온다. 통킨만灣으로 가는 길인지, 인종 폭동 현장으로 가는 길인지? 그것이 문제인 한편, 규율이 중심인 한편, TV에서 헬리콥터가 바다 속으로 처박히는 장면을 보았습니까? 그것이 나의 영화인 한편, 모든 난민은 용의자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남편을 찾고 있습니까? 아들을 찾고 있습니까? 그것이 문제인 한편, 그 여자가 아이 엄마였는지, 번역가가 말한 게 저 빌어먹을 고양이인지, 인도주의로 어루만진 군기라는 전통 개념을 지키시렵니까? 그것이 문제인 한편, 한국은 전쟁에서 남은 병력을 수출합니다. 그것은 또한 나의 역사, 혹은 당신의 역사입니까? 그것이 문제인 한편, (후렴 : 라이방을 쓴 독재자 박정희와 그의 부하 군인들) 얼마예요? 750만 달러 = 1개 사단 기준..
막내딸 하늘은 몇 해 동안어두웠다.내 피부는 라이스 페이퍼처럼 창백하고 축축해졌다.저 밖 들판에 서서 따가운 햇살에 바짝 말라붙기 전어머니의 피부는 어땠을까, 헤아려본다. 최근에 눈꺼풀을 만지면 마치 데일 듯이 뜨거운 무언가를 만진 것처럼내 손이 반응한다.아스피린 같은 내 하얀 피부는편두통으로 욱신거린다. 특히 두통이 불꽃처럼 치솟는저녁이면 어머니가내 왼편 얼굴을 마사지해 준다. 오늘 아침그녀의 숨소리는 자갈 구르듯 그르렁거렸고 무뚝뚝한 말투는 어딘가 다정했다.휠체어에 태워 어머니를 욕실로 데려갔을 때그녀는 기분이 좋았는지커다란 젖가슴에 대해 농담을 늘어놓았다.뿌연 물속에 떠다니는두 마리의 바다코끼리 같지 않니?축 늘어져, 주변으로 콧수염 난 젖꼭지라니.나는 젖가슴을 문질렀다, 입 안에 도는시큼한 맛을 ..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 그녀는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다. 임대 아파트의 콘크리트 창틀을 꼭 붙잡고 있는 양 손은 하얗게 질려 있다. 시카고 동부의 13층 창문에 매달린 그녀의 머리 위로 새들이 빙빙 돌고 있다. 새들은 후광이 될 수도,곧 그녀를 으스러뜨릴 유리 폭풍이 될 수도 있다. 그녀는 해방될 거라고 믿는다.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는 홑몸이 아니다. 시카고 동쪽 지역에 사는 그녀는 아이들을 둔 여성이다. 젖먹이 아기 카를로스, 마거릿, 그리고 맏이 지미가 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의 딸이며 자기 아버지의 아들이다.그녀는 지금까지 만난 두 남편들 사이에서 부서진여러 개의 파편이다. 그녀는 이 아파트 건물의 모든 여성이다. 그들 자신을 지켜보듯 그녀를 지켜보고 서 있는 여성들이다. 어릴 때 그..
세계는 여기서 끝날 거예요 세계는 키친 테이블에서 시작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땅이 준 선물로 식사가 준비되고 테이블에 차려집니다. 식탁 위 풍경은, 천지창조 이래 언제나 그러했고 내일도 그럴 테니까요. 닭이나 개는 우리 식탁에서 쫓겨난답니다. 식탁 모서리에선 아기들의 이가 나기 시작하고요. 식탁 아래에선 아기들의 무릎이 긁혀가지요. 바로 이곳에서 아이들은 가르침을 들어요. 인간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말예요. 식탁 앞에 앉아 우린 남자들을 만들고 여자들을 만들어요. 이 식탁에서 우리는 수다를 떨고 적병들과 죽은 연인들의 유령을 불러냅니다. 간밤 꿈들이 우리와 함께 커피를 마셔요. 꿈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깨동무를 해줍니다. 축 처진 우리의 가엾은 자아를 보고 함께 웃음을..
물이라 불리는 다리 난 열심히종이에 시를 썼다네 물이 고여 있는바닥 협곡 근처 웅덩이 위로 별들이 물고기처럼 배를 붙이고 미끄러지면 이렇게 써 내려갔지 …… 나는 산길을 지나서 라푸엔테의 잎사귀를 헤쳐 나아갔어 달을 보려고 했는데이미 늦었네 너무 오래전부터난 유리 바닥을 걷고 있었지 …… 그때는 집이 내 위로 무너지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엄마를 끌어내라고 말했지 침대 위다른 남자와 같이 있다며― …… 자두나무에서열매가 떨어지듯가지 부러지는 소리 나이 더 들고 더 이상 두렵지 않아 내 목소리는 물처럼우물에서 길어 올려져 오래전 바람이 묻혀 있던 그곳누군가 늘 그곳에 있어 내 방으로 달려와묻고는 해, 너 괜찮니? (이필 譯) 아마도 시적 화자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의처증이 있던 아버지..
유산 우리 어머니가 고독을 발명했을까? 아니면 고독이 누군가를 어머니로 만들었을까? 우리는 침묵을 아버지로 두었을까? 아니면 이 침묵을 변명하려고 보고만 있는 걸까? 우리 형제들을 위해, 그들이 배우지 않은 언어로 하는 기도는 헛된 짓일까? 만약 우리가 어머니보다 혹은 어머니를 위해 먼저 늙는다면? 우리는 누구의 딸일까? 우리 할아버지 세대를 다들 ‘1월생 아이들’이라고 불렀지. 식민지 개척자에게 줄 세워져, 키 높이로 출생연도를 부여받았던 아이들. 아무 대답이 없네. 언제 태어났는지 자신도 모르는 남자들과 사진 몇 장 보고 결혼한 여자들. 고향 떠난 자식은 연애를 하고 싶어 했지. 잘못된 말을 더듬더듬거리는 딸을 둔 여자들. 우리는 그들에게서 생겨났지. (이필 譯) 이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 “1월생 ..
오큘러스 오늘 아침 나는 죽은 여자의 라이브 포토 피드를 본다. 이틀 전 그녀는 자신의 심경을 업로드했다. 나는 차마 견딜 수 없다. 슬픈 사진 캡션과 여자의 검은 눈동자, 부글거리는 거품처럼 발광하는 얼굴의 공백을. 차마 견딜 수 없다. 이타카의 눈雪은 어찌나 퍼붓는지, 다리 위로 점점 차오르는 수위, 옷 아래 감춘 내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여기 있는 나를 볼 수도 없다. 이 불모의 토끼굴에서, 파괴된 사물들의 소란 속에서, 따분한 스캔들을 엿보는 구멍에서.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 동영상을 보고 있다. 치맛단 위로 스타킹이 말려 올라갈 때 속삭이는 남자. 얌전히 굴어, 자기야. 그래야 널 내 아내로 만들 수 있지. 죽은 여자는 어떻게 떨어졌을까. 누군가 잡아줄 손을 기다리면서, 누군가 바라봐줄 눈目을 기..
뒤로 사이드 샤이어에게 이 시는 그가 방 안으로 뒤로 걸어오면서 시작해재킷을 벗고 그는 평생토록 곁에 앉네그렇게 우리 아빠를 다시 데려온다네난 코피를 콧구멍에 집어넣을 수 있어, 개미들이 구멍으로 몰려가듯우리 몸은 작게작게 자라 내 젖가슴도 사라지고네 두 뺨도 보들보들, 치아는 잇몸 속으로 박혀드네말만 해, 우린 다시 사랑받을 수 있어한 번이라도 동의 없이 우리를 만진다면 그 손을 뭉개버려난 시를 써서 시가 사라지게 할 수 있다네새 아빠는 술을 도로 술잔에 뱉고엄마의 몸은 계단 위로 굴러 올라가, 우두둑 뼈가 맞춰지네엄마는 뱃속 아기를 지키려는 걸까아가야 우린 괜찮을 거야난 인생을 전부 새로 쓸 거야, 이번엔 아주아주 사랑이 넘치도록넌 그 이상은 보지 못하겠지? 넌 그 이상은 보지 못하겠지?난 인생을 전..
어떤 미국인의 시 나는 194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걸 결코 바라지 않았지만 사실,성인이 된 후 나는 어린 시절을 카페트 아래 숨겨 두는 데반평생을 써버렸지요확실하게 내 것인 인생만,내 가족사의 운명에서독립한 인생만 남겨 두려고 했지요 가족의 일부가 된다는 건어떤 걸까요? 여러분 상상이 되나요?그들처럼 생긴 얼굴로그들처럼 떠들면서그들처럼 혜택을 누리는 것은부와 권력의 미국인 집안에 태어난 덕분,나는 최고의 학교를 다녔지요온갖 종류의 가정교사와개인 코치가 따라 붙었지요세계 곳곳을 여행했고유명 인사와 논란의 대상,썩 감탄할 일 없는 사람들을 만났지요어린 나이에 나는 깨달았죠이 유명한 보스턴 일족의 집단 운명에서달아날 가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그 길을 선택할 거라고,그렇게 했죠, 197..
그리고 영혼은 어느 여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한 그 해 여름서부에는 농작물이 썩어갔고뒷마당의 체크무늬 테이블보는 빗물에 녹아내렸다빈 캠핑용 의자들은 빗물을 받아냈다나는 차량을 뚫고 어머니에게 가는 동안 도로 가장자리로, 주택들 뒤로 거무죽죽 떨어지는 라일락을 지나치면서딸로서 최후의 작별을 위해 무언가 생각해 보려 했다그러다 문득전에 들은 말이 떠올랐다인간의 몸은 대부분물로 되어 있다고 하던가남쪽으로 차를 돌리면서 다시 문득,우리 몸이 물의 도시라면그 도시에선 매일같이 물 분자들이 여행을 시작하겠지서로가 서로를 향한 여행을이곳 날씨로 보아 절대실패하지 않을 여행을―물이 잘라낸 가장자리를 따라 드러나는 바다공중으로 가 닿는 구름의 색조하나를 저장하고 다른 하나를 소환하는 리피강물의 부족에 ..
한 나이트클럽에서 엘튼 존을 보았다 나는 애틀랜타의 Tongue & Groove라는 나이트클럽에서 엘튼 존을 보았다. 언니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헤어스타일은 반듯해 보였고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춤추고 있는 이십 대를 제외하면 누구도 저 인조 다이아몬드테 안경과 페이즐리 무늬 녹색 정장과 자줏빛 공단 셔츠와 잘 맞춘 넥타이를 놓칠 리 없었다 후텁한 공기 중 알코올 냄새는 마치 구두 밑창으로 흘러내려 질척거리는 것만 같았다 불행히도 그 무렵 나는 애인에게 차였고 마침 어떤 멍청이가 칵테일을 절반이나 나의 흰색 드레스에 엎지른 바람에 클럽에서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춤을 추면 기분도 풀리겠지만 나이트클럽은 그저 보는 재미로 그쳤다 엘튼 존이 휙 지나가면서 뿜어놓은 짙은 콜로뉴 향수에도 불구하고 나..
『제3천년 심장』에서 발췌 어떤 것도 열어 보이지 않으리란 생각, 굴욕과 폭행이 발생할 만한 어떤 구역도 갖지 않으리라는.혈류도 마찬가지 어떤 인프라도 없어 해와 달의 전차들 슬쩍 닿기만 해도 제멋대로 굴러 가지 몸의 안쪽에서 환히 빛나는 굴욕감을 실어 나르며 아브라카다브라 울부짖는 몸 구석구석 주문을 외우지.난 비싼 약물을 쓴다네. 분노의 땀과 정제, 달콤한 알약, 연고. 향유를 바르렴. 한 주전자의 코마에 세 봉지를 우려내렴.바위로 나는 동굴의 입을 막네. 아무도 나가지 못해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서 아무것도 부활할 수 없으리니 그 이름, 등 뒤에 꽂힌 칼이 다시는 결코 내 편집증-시체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니. 아직 쓰이지 않은 채로 나는 남아 있겠네.(이필 譯) 이 시는 독립된 한 편의 제목이..
아내의 재난 매뉴얼 버려진 도시가 불타오를 때남자들과 아이들이 도망가고 난 뒤가만히 서서, 먹잇감처럼 조용히 천천히 돌아보라. 저주의 땅을 바라보라. 버려진 도시가 불타오를 때무너진 현관을, 부서지지 않은 빵을 남아서 애도하라. 겁내지 말라. 그들을 따르지 말라.의로운 듯 달아나는 발걸음을 견뎌라. 대신가만히 서서, 먹잇감처럼 조용히 천천히 생각을 거두어 탈출을 내려놓아라.철문의 걸쇠는 풀려 있고 책임은 벗어버렸다.버려진 도시가 불타오를 때 당신 안의 부름을 받아들여라. 남아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라. 죽은 듯 꼼짝 않고먹잇감처럼 조용히, 천천히 뒤를 돌아 본질적인 무엇으로 변하여라. 쓰러진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라. 먼저 달아나지 말라.버려진 도시가 불타오를 때 가만히, 조용히 서서 기도하라. 돌아오라. ..
행복 엄마가 죽은 뒤나는 다락방에서 엄마가 인형을 갖고 노는 소리를 들었어내 눈에는 모든 게 환히 보였거든공기처럼 거품처럼정말 멋진 일이었어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바닥을 닦고 왁스 칠도 했지 뭐야!반짝반짝 빛이 날 때 한밤에 스케이트를 탔어그곳에 있으면 행복했어주위에는 아무도 없고달빛 아래 스케이트를 타고 있으면나는 문득 기분이 좋아져달님에게 줄 옷을 바느질하기 시작했어처음엔 애벌레에게 입힐 세례복 같은자그마한 것이었지만엄마가 그 옷들을 사 주셨지!날 보고 엄마는 행복해했어, 행복해서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별 상관없었어앞서 나갈 생각은 통 못하는늘 시무룩하고 조용한 아이였으니지금 난 행복해 아주 행복해 (이필 譯)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밤을 잊은 애벌레는 고독의 넓이를 지녔습니다. 소녀는 다락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