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편지를 써.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너에게. 네게 편지를 쓸 때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기억들을 마구 꺼내어서 내 작은 방에 무지막지하게 쏟아 놓는 기분이야. 그렇게 쏟아 놓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도 떠오르곤 해. 그 만남이 무척이나 반가워서 이렇게 자꾸 네게 편지를 써. 나중에 정리하는 게 아무리 고된 일일지라도 말이야. 오늘은 사실 몸이 무척 아팠어. 아프다 보니 차갑던 네 방이 떠오르지 뭐야. 오랜만에 찾은 네 방은 벽이 깨끗했어. 우리가 함께할 때는 낙서와 담뱃진으로 벽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아마 도배를 새로 한 모양이더라고. 함께한 시간이 기록된 벽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거니? 새로운 마음으로 네 삶을 꾸려가고 싶었던 거니? 어떤 이유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