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나보다 3년 일찍 태어난 엄마의 아들 때문에 인생 첫날부터 줄곧 입은 옷이 당연하게도 바지 일색인 것이 지겨워 ‘이왕 옷을 물려 입어야 한다면 치마를 입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도 한몫 했고요. 언제든 내 편인 동성의 동년배 인생선배가 있다면, 친구와 이야기할 때 어느 정도 요구되는 자기검열을 내려놓고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테니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울까 싶어 엄마에게 언니를 만들어달라며 조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언니가 있는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고충을 토로하며 ‘상냥하고 다정한’ 오빠에 대한 판타지를 풀어놓았고, 그렇다면 우리 서로 집에 있는 생명체를 교환하는 게 어떻겠냐며 실없는 거래를 제안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잠깐일 줄 알았던 언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