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은 살고 싶지 않을까?” 그림책의 화자는 단발머리를 한 여자 어린이다. 위 문장은 이 어린이가 아빠를 떠올리면서 자문하는 말이다. 어린이는, 개가 있고 나비가 있고 하늘이 있는데 어째서 살고 싶지 않을 수가 있는지 묻고, 아빠에 대해서도 또 한 번 묻는다. “어떻게 아빠는 살고 싶은 마음이 안 들까? 내가 있는데.” 하고. 나를 사랑한다고 수도 없이 말하던 사람이 별안간 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누구든 이렇게 묻게 되지 않을까. 나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마음이 변한 건가. 혹시 내 존재를 지우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린이의 아빠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어떤 마음의 병은 교통사고처럼 예고도, 이유도 없이 들이닥친다. 그것은 나의 의지와 의도를 넘어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