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기일 때부터 초등학생 시절 무렵까지 서울에 사는 친척 언니의 옷을 물려받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난 그걸 참 좋아했다. 남쪽지방에 살던 우리에게는 ‘서울’이라는 단어 자체가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뜻했기에,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도 서울 사는 사촌 언니가 멋있어 보였다. 사실 서울은 아니고 인천에 살았지만. 엄마는 그게 너무 싫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조카들 입으라고 보냈다며 비싼 옷이라고 생색내던 할머니가 미웠을 것이다. 또 보내온 옷들 중에는 형편없이 낡아서 입기 민망한 것들도 섞여 있었다고 한다. 엄마의 주관적인 기억이 덧씌워져서 과장됐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엄마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눈치 없이 나는 그 낡은 옷 한 보따리를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보따리처럼 좋아했던 기억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