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신기한 존재다. 온갖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힘겨운 마음 때문에 어쩔 줄 모르다가도, 고양이 쪽으로 눈을 돌리면 적어도 그렇게 고양이를 바라보는 동안만큼은 함부로 행복과 평화를 말하고 싶어진다.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가 않고, 눈앞에 저 존재가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마워서 네가 나를 사랑하는지, 혹은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 물을 겨를조차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물론 함께 살게 될 경우 성가신 일이 많긴 하다. 고양이와 사는 건지 털 뭉치와 사는 건지 모를 만큼, 사방에 날려가 달라붙은 온 털들을 처리하는 것이 매일의 숙제로 건네진다. 고양이 대변 냄새는 또 너무 강렬한 나머지 매일같이 새롭다. 하지만 이런 매일의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고양이가 내 가까이에 실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