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자면, 한동안 어린아이가 싫다고 아주 공공연히 밝혔던 적이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면서 빽빽 울기만 해서 싫다는 이유로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칭얼대는 아이들을 보며 대놓고 인상을 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직 성적 대상화를 큰 저항 없이 체화하곤 했던 명예남성(속된 말로 ‘흉자’라고도 하지요)이었던지라, 스스로가 약자를 혐오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낯선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조카도 하나둘 생기고 친구들의 2세도 있어 아이들과 전에 비해 자주 접하게 되었지만, 그 흑역사 시기는 동생은 물론이거니와 사촌동생도 거의 없고 그야말로 주변에 저보다 어린 생명체가 전무하던 때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