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의 주인공 올가는 키오스크(가판대)를 지키는 사람이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올가의 하루가 열리고 닫힌다. 그림책의 문장처럼 “키오스크는 올가의 인생이나 다름없”지만 키오스크의 좁디좁은 공간과 각진 테두리는 올가의 세상이 아니라 올가가 세상과 만나도록 하는 몸 혹은 피부에 더 가깝다. 키오스크를 통해 올가는 세상과 이어지고, 그러면서 올가는 매일매일 환해지니까. 미소 가득한 얼굴로 단골손님을 맞는 올가는 그들이 무엇을 살지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는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 것인지를 거의 알고 있어서, 그 마음과 필요에 걸맞은 물건을 정확하게 건넨다. “연애에 늘 실패하는 숙녀는 여성 잡지에서 도움말을 찾아요.” “머리를 올려 묶은 아주머니는 낚시랑 고양이랑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
하드커버로 된 표지를 열자 노란색 간지가 드러난다. 큰딸 이름이 삐뚤빼뚤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다. 거기엔 글자들의 세계에 처음 편입되어 이제 막 제 손으로 그것을 쓸 수 있게 된 아이 마음의 환희가 담겨 있다. 서지정보가 새겨진 페이지를 보니, 이 책의 초판 1쇄 발행일은 1999년이고 2007년 36쇄 발행까지 이뤄진 것으로 나와 있다. 큰딸이 6~7세 되던 해에 구입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책장을 아이와 함께 넘기곤 했던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다. 다만 눈이 트일 정도로 환한 톤으로 그려진, 또 아이가 간지에다 써넣은 글씨만큼이나 삐뚤빼뚤한 그림체에 끌렸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밝은 톤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책을 금방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