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이불 김선주 이불이 파도처럼 소라를 덮쳤다 엎드린 소라 소라가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동안 하루가 다 갔다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소라의 하얀 발가락 망가뜨리고 싶었다 대신 아이의 발가락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소라의 이름은 엄마가 지어주었다 이름을 짓는 것, 엄마의 권한, 엄마들은 턱을 더 높이 들고 아이들의 원망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고개를 숙이면 아이들은 쉽게 죽었다 소라는 이미 이름 붙여진 날들을 너무 많이 통과해 온 기분이었다 그 이름을 찢고 자르고 박음질하여 전혀 다른 이름으로 탄생시켰다 이불이 이불을 낳고 소라와 닮은 소라를 기르고 이불과 소라를 덮고 자는 작은 이마, 아직 채 구겨지지 않은 점토 흔한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커지는 풍선처럼 아이는 조금씩 자랐고 다시 줄어들었다 소라는 또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