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 출산을 몇 주 앞두고, 6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 전 직장의 근무 햇수까지 포함하면 10년여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건 예감이 아니라 기정사실에 더 가까웠다. 전문직 종사자도 아닌 여성 노동자가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은 다음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다니던 직장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어 적잖이 염증을 느끼던 차였다. 후련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막막했고, 걱정스러웠다. 전업주부 생활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두 아이의 성실한 엄마 노릇을 거뜬히 해낼 수 있을지. 무엇보다 사회적인 쓸모를 다한 것만 같은 내 스스로를 견딜 수 있을지가 가장 자신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집에만 있고 아이 둘만 바라보면서도,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