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커버로 된 표지를 열자 노란색 간지가 드러난다. 큰딸 이름이 삐뚤빼뚤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다. 거기엔 글자들의 세계에 처음 편입되어 이제 막 제 손으로 그것을 쓸 수 있게 된 아이 마음의 환희가 담겨 있다. 서지정보가 새겨진 페이지를 보니, 이 책의 초판 1쇄 발행일은 1999년이고 2007년 36쇄 발행까지 이뤄진 것으로 나와 있다. 큰딸이 6~7세 되던 해에 구입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책장을 아이와 함께 넘기곤 했던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다. 다만 눈이 트일 정도로 환한 톤으로 그려진, 또 아이가 간지에다 써넣은 글씨만큼이나 삐뚤빼뚤한 그림체에 끌렸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밝은 톤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책을 금방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