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은 생각했다. 자신은 하늘에도 땅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라고. 그래서 그는 늘 외로웠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곳이 외줄 위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그도 딱 한 번 외로움을 잊었던 순간이 있었다. 더는 양팔을 휘젓지 않아도 걸을 수 있었던 순간. 그 순간이 끝나고 그는 땅으로 스스로 떨어졌다고 한다. 여기, 외줄을 타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땅으로 떨어지기보다는 스스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카페에 간다. 비틀거리기보다는 안전하게 두 발을 땅에 내디딜 수 있도록 양팔을 힘껏 휘적였다. 키보드 위를 휘젓는 그의 손길이 멈췄다. “상철아!”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효선이었다. 아마도 효선도 상철과 같은 목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