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내 마음은 떠다니는 향기들로 가득한 궁전 이따금 내 기억의 주름에서 잠드는 향기들 그리고 숨어있던 꽃다발들이 불현듯 깨어나고 향주머니가 옷장의 깊은 곳으로 미끄러지듯 스며드네 나의 사라진 쾌락들의 수의를 들어올려 슬픈 붕대들을 해방시키자... 섬세한 힘으로, 마음을 환기해주는 신들인, 향기들이여, 그대들의 풍요로운 향로들이 내 쪽으로 연기를 뿜을 수 있게 내버려 둬주시기를! 4월의 꽃냄새, 베어진 풀이 말라가는 계절의 내음, 축축한 방들에 피어오르는 첫 불길의 향수, 오래된 집들에 퍼지는 아로마, 그리고 빳빳한 벨벳 벽지에 몽롱해지고 빵 굽는 화덕에서 새어나오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맛, 어둠의 모음집으로 나른하게 만드는 향, 나뭇가지의 냄새를 일깨워주고 탄식하게 하는 흐릿해진 우리 젊은 사랑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