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관계세요?” 이 질문은 나를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 중 하나다. 무슨 관계냐고 묻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딱 봐도 결혼한 것 같지는 않은데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라는 전제를 갖고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애─가부장제 사회는 나와 알파카의 관계를 ‘연인’ 혹은 ‘예비 부부’로 호명하기를 고집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때 ‘예비 부부’라는 호명은 굉장히 폭력적이다. 나와 알파카는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행위가 이 사회, 그러니까 이성애─가부장제에서 보편적으로 제시하는 가족상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예비 부부’라는 호명은 이성애─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부부로서 기능할 것을 기대하도록 하는 효과를 갖는다. 덕분에(?) ‘예비 부부’라는 표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이제는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분리가 안 된 공간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의 분리가 필요하다. 처음에 이런 걸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몰랐다. 처음 같이 살 때는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일이 너무나도 좋아서 공간의 분리 같은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못했다. ‘함께 살고 싶어서 사는데 공간을 분리할 일이 뭐가 있겠어?’하고, ‘내가 선택한 가족인데!’하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오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나라는 사람은 공간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 고요한 침묵을 유유자적하게 즐겨야 하는 사람이 나였다. 이런 것을 알게 된 것은 애인인 알파카와의 싸움 때문이다. 우..
답은 ‘각자’, 그리고 ‘같이’라고 생각한다. 꼭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라는 연재 메일링을 진행한 적이 있다. 메일링을 진행하기 전에, 동거에 관해서 당신이 궁금한 점은? 혹은 질문하고 싶은 점은? 하고 질문을 했다. 이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주거 공간 마련의 비용’, ‘생활비의 분담’에 관련된 질문이었다. 내가 꼽아둔 예상 질문을 빗나가는 질문이라서 좀 당황했다. 내가 생각한 질문은 ‘애인과 같이 살면 좋은가요?’ 혹은 ‘애인과 헤어지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와 같은 질문이었다. 실제로 친구들이 많이 물어본 질문이라서,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경제적인 질문이 많은 이유는 아마 아무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애인인 알..
동거를 하고 있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다.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 며칠 전에는 아버지가 결혼 어쩌고 하는 상품에 가입해서 애인인 알파카와 결혼할 날을 대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으셨는데, 솔직히 말해서 결혼이라…. 지금으로서는 까마득하게 먼 이야기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속한 사회는 이미 나와 애인을 사실혼 관계로 묶어버렸다(며칠 전의 일이다). 좀 어처구니없다. 내 허락도 없이, 자기들끼리 왜? 결혼을 안 하면 가족일 수 없는 걸까? 도대체 결혼과 가족은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왜 가족이 되는데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의 가구 비중은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1인가구는 614만 8천 가구다. 전체적인 비중으로 봤을 때 “1인가구(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