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느낌을 갖게 된다. 좋다, 싫다, 별로다, 아무 느낌 없다, 매력적이다 등등.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면 끌리거나 호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호감은 꾸며낸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매력을 억지로 뽐낸다고 되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 사람이 내 안의 스위치를 눌러 불이 들어온다. 물론 다른 이들도 그 사람에게 내가 받은 것과 같은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이 결정적일 것이다. 상대방도 나를 매력적으로 보고 호감을 느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서로 주고받으며 점차 빠져든다. 관계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지만 극복하며 다가간다. 사귀자고 고백하기도 전에 이미 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첫 여성애인과 ..
나는 퀴어다. 이성애를 벗어난 섹슈얼리티를 실천하고 있는 퀴어다. 나에게 섹슈얼리티는 누군가와 애욕을 포함한 사랑하는 감정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 지향 말이다. 따라서 이성애를 벗어난 섹슈얼리티라는 말은 상대방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다. 스무살 중반까지 나는 내가 이성애자인줄 알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스무살 중반에 퀴어임을 깨닫고 퀴어로 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성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를 필요로 했다. 첫 번째는 남성이 아닌 다른 성별의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었다. 한국 사회는 나에게 에로스적 사랑이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만 가능하며 동성이나 그 외의 관계는 ‘극소수’라고 가르쳤기에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소수자일 것이라 생각하기..
그녀가 나에게 친구 이상의 끌림을 느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냐면, 사람이 갑자기 변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여름 그녀를 포함한 몇 명의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항상 심각하고 말 수가 별로 없는 어두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전혀 달랐다. 잘 웃고 밝고 재미있는 농담도 잘 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내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었단다. 나는 그날 긴 머리를 짧은 단발로 자르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갔었다. 어릴 적 만화영화 세일러문에 나오는 머큐리를 좋아했었는데 그날의 내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 뒤로 연락이 잦아졌다. 그녀는 나에게 사소한 선물들을 했고 여행을 가자고 했으며 자신의 지인을 소개팅 해주겠다고 했다. 웃기면서 귀여웠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