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국인의 시 / 아일린 마일즈
- 세계 여성 시인: 이필
- 2019. 3. 13. 11:41
어떤 미국인의 시
나는 194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걸 결코
바라지 않았지만 사실,
성인이 된 후 나는 어린 시절을
카페트 아래 숨겨 두는 데
반평생을 써버렸지요
확실하게 내 것인 인생만,
내 가족사의 운명에서
독립한 인생만
남겨 두려고 했지요
가족의 일부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여러분 상상이 되나요?
그들처럼 생긴 얼굴로
그들처럼 떠들면서
그들처럼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와 권력의
미국인 집안에 태어난 덕분,
나는 최고의 학교를 다녔지요
온갖 종류의 가정교사와
개인 코치가 따라 붙었지요
세계 곳곳을 여행했고
유명 인사와 논란의 대상,
썩 감탄할 일 없는 사람들을 만났지요
어린 나이에 나는 깨달았죠
이 유명한 보스턴 일족의 집단 운명에서
달아날 가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거라고,
그렇게 했죠, 1970년대 초반
뉴욕 행 암트랙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은둔의 세월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시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보다 더 바보스럽고
희미한 포부가 있을까요
나는 레즈비언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안 여자들은
모두 다이크처럼 생겼죠, 하지만
실제로 다이크가 된다는 건
국기를 밟고 있는 것과 같아서
이런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는 동안
나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사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한 여성이, 지금 나와 연애 중인 여성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거 알아? 당신 케네디와 닮은 거?
순간 나도 모르게 뺨이 달아올랐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나를 비웃곤 했는데
내 보스턴 억양이 “라지lodge”와
“라지large”를 “파티potty”와
“파티party”를 혼동한다며,
그런데 이 순진한, 의심이라곤 모르는 여성이
그제야 처음 내 성姓을 부른 거예요
이젠 들통났구나 싶었죠, 아 맞아요
나는 케네디예요
무명으로 남아 있으려던 모종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변변찮은 시인으로 출발한
나는 재빨리
이 직업의 정상까지
올라가 이 영예로운 지도력의
직책을 받아들였지요
한 여성이 나를
지금 불러낸 건
마땅히 옳은 일이죠, 맞아요
나는 케네디예요
여러분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미국인이죠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도시의 길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에이즈에 걸린
노숙자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은가요?
노숙자를 위한 집이 없다는 것
이들을 위한 무상 의료 지원은 없다는 것
그리고 여성들,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이곳이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가요?
오늘 당신의 치아는
안녕한가요? 치료 받을 형편은 되나요?
월세는 얼마나 비싼가요?
만약 예술이 우리 시대의
가장 고귀하고
가장 정직한 소통의 방식이라면
젊은 예술가가 더 이상
이곳으로 이사와
자신의 시대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
물론 나는 가능했지만
그것도 15년 전 일,
내 마음에도 새겨야 하듯
잊지 마세요, 내가 케네디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케네디여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도시는
비즈니스맨의 집이 되거나
부유한 예술가의 집이 되었습니다
치열이 고른 아름다운 그들,
거리의 사람들과는 다른 그들, 이 모순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 들어봐요, 난 교육을 받고
서구 문명에 대해서도 배웠어요, 그런데
서구 문명이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난 혼자 있어요
오늘밤 나 혼자뿐일까요?
아마도 아닐 거예요, 오늘밤 잇몸에서
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뿐일까요?
오늘밤 이 강당에서
동성애자는 나 혼자뿐일까요?
죽은 친구들, 지금 죽어가고 있는 친구들
그런 사람이 나 혼자뿐일까요?
내 예술이 다른 모든 작가들의 것보다
더 크고 거창해지기 전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요
관객에게 그들이 혼자라는 느낌을
확인시켜 줘야 하죠
그들이 혼자라서 좋다는 걸
내 예술이 티켓을 구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걸
노동을 하고 있나요,
몸은 건강한가요, 살아남아야 하나요,
정상인가요, 당신은
오늘밤 정상인가요? 여기 있는
모든 이들, 우리 모두 정상인가요?
정상 아닌 것이 있군요
바로 내가 케네디라는 사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닌걸요, 오늘밤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케네디이고
그리고 난 여러분의 대통령이니까요
(이필 譯)
아일린 마일즈는 커밍아웃한 미국의 여성 퀴어 시인입니다. 1991년과 ’92년 사이, 그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일한 여성 후보로 입후보했고, 이 시는 출마 당시에 쓴 일종의 출사표입니다. 농담 아니고 사실입니다. 빌 클린턴, 조지 HW 부시, 로스 페로가 출마한 당시, 그의 출마 선언은 혁명적인 행위였죠. 실제로 마일즈는 28개 주를 돌며 선거 운동을 펼쳤으며 MTV 방송에 출연해, 성정치의 관점에서 미국의 정치가 앞으로 고려해야 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마일즈의 선거 캠페인은 시 낭송회의 일부였고 일종의 패널 토론으로 기능했습니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1991년 당시는 어떠한 가능성도 없었다. 여성 후보로서, 게이 후보로서, 예술가 후보로서, 연간 소득 5만 달러 이하의 후보로서, 소수자 후보로서, 존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친구 조이 레너드Zoe Leonard는 “우리는 다이크 대통령을 원한다.”라는 강렬한 워딩을 남겼지요. 그런데 정말 JFK를 빼닮았군요?
(글/이필)
아일린 마일즈
1949년 매사추세츠 주, 캠브릿지의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났다. 1974년 뉴욕으로 이주해 시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urg, 제임스 스카일러James Schuyler 등과 교유하며 지냈다. ‘성聖 마르코의 시 프로젝트St. Mark’s Poetry Project’의 예술 감독으로 일하면서 그는 제시카 하게도른Jessica Hagedorn, 데니스 쿠퍼Dennis Cooper, 찰스 번스타인Charles Bernstein 등 다양한 예술가와 작가를 발굴했다. 마일즈는 1991년에 발표한 시집 《나는 아니다Not Me》에 수록된 「어떤 미국인의 시An American Poem」로 유명해졌다. 이 시에서 그는 케네디의 관점에서 삶의 위기에 놓여 있는 거리의 노숙자들과 에이즈AIDS 환자, 그리고 젠더와 정상성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An American Poem
by Eileen Myles
I was born in Boston in
1949. I never wanted
this fact to be known, in
fact I’ve spent the better
half of my adult life
trying to sweep my early
years under the carpet
and have a life that
was clearly just mine
and independent of
the historic fate of
my family. Can you
imagine what it was
like to be one of them,
to be built like them,
to talk like them
to have the benefits
of being born into such
a wealthy and powerful
American family. I went
to the best schools,
had all kinds of tutors
and trainers, traveled
widely, met the famous,
the controversial, and
the not-so-admirable
and I knew from
a very early age that
if there were ever any
possibility of escaping
the collective fate of this famous
Boston family I would
take that route and
I have. I hopped
on an Amtrak to New
York in the early
‘70s and I guess
you could say
my hidden years
began. I thought
Well I’ll be a poet.
What could be more
foolish and obscure.
I became a lesbian.
Every woman in my
family looks like
a dyke but it’s really
stepping off the flag
when you become one.
While holding this ignominious
pose I have seen and
I have learned and
I am beginning to think
there is no escaping
history. A woman I
am currently having
an affair with said
you know you look
like a Kennedy. I felt
the blood rising in my
cheeks. People have
always laughed at
my Boston accent
confusing “large” for
“lodge,” “party”
for “potty.” But
when this unsuspecting
woman invoked for
the first time my
family name
I knew the jig
was up. Yes, I am,
I am a Kennedy.
My attempts to remain
obscure have not served
me well. Starting as
a humble poet I
quickly climbed to the
top of my profession
assuming a position of
leadership and honor.
It is right that a
woman should call
me out now. Yes,
I am a Kennedy.
And I await
your orders.
You are the New Americans.
The homeless are wandering
the streets of our nation’s
greatest city. Homeless
men with AIDS are among
them. Is that right?
That there are no homes
for the homeless, that
there is no free medical
help for these men. And women.
That they get the message
—as they are dying—
that this is not their home?
And how are your
teeth today? Can
you afford to fix them?
How high is your rent?
If art is the highest
and most honest form
of communication of
our times and the young
artist is no longer able
to move here to speak
to her time…Yes, I could,
but that was 15 years ago
and remember—as I must
I am a Kennedy.
Shouldn’t we all be Kennedys?
This nation’s greatest city
is home of the business-
man and home of the
rich artist. People with
beautiful teeth who are not
on the streets. What shall
we do about this dilemma?
Listen, I have been educated.
I have learned about Western
Civilization. Do you know
what the message of Western
Civilization is? I am alone.
Am I alone tonight?
I don’t think so. Am I
the only one with bleeding gums
tonight. Am I the only
homosexual in this room
tonight. Am I the only
one whose friends have
died, are dying now.
And my art can’t
be supported until it is
gigantic, bigger than
everyone else’s, confirming
the audience’s feeling that they are
alone. That they alone
are good, deserved
to buy the tickets
to see this Art.
Are working,
are healthy, should
survive, and are
normal. Are you
normal tonight? Everyone
here, are we all normal.
It is not normal for
me to be a Kennedy.
But I am no longer
ashamed, no longer
alone. I am not
alone tonight because
we are all Kennedys.
And I am your President.
from Eileen Myles, Not M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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