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이트클럽에서 엘튼 존을 보았다 / 카디자 퀸

    한 나이트클럽에서 엘튼 존을 보았다



    나는 애틀랜타의 Tongue & Groove라는 나이트클럽에서 엘튼 존을 보았다. 언니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헤어스타일은 반듯해 보였고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춤추고 있는 이십 대를 제외하면 누구도 저 인조 다이아몬드테 안경과 페이즐리 무늬 녹색 정장과 자줏빛 공단 셔츠와 잘 맞춘 넥타이를 놓칠 리 없었다 후텁한 공기 중 알코올 냄새는 마치 구두 밑창으로 흘러내려 질척거리는 것만 같았다 불행히도 그 무렵 나는 애인에게 차였고 마침 어떤 멍청이가 칵테일을 절반이나 나의 흰색 드레스에 엎지른 바람에 클럽에서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춤을 추면 기분도 풀리겠지만 나이트클럽은 그저 보는 재미로 그쳤다 엘튼 존이 휙 지나가면서 뿜어놓은 짙은 콜로뉴 향수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설적인 그의 벌어진 앞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이필)

     마지막 문장을 읽은 당신은 이미 엘튼 존의 이미지를 검색 중인지도 모릅니다. 카디자 퀸의 도발적이면서 절제된 유머는 즉각적인 효과를 부르니까요. 시집 『이제 괜찮아』에서 카디자는 이삼십 대 시절 만났던 남자들에 대한 인상적인 스케치를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인간적인 페미니스트 회고록인 셈인데요. 명단에 오른 인물은 라이오넬 리치, 데이빗 보위, 엘튼 존, 에드워드 노튼, 프린스…… 이들은 일상에 폭넓게 퍼져 있는 강간 문화에서 폭력의 민낯을 드러낸 인사이기도 합니다. 시와 극劇을 결합한 카디자의 산문시에서 품평과 평가의 대상이었던 여성은 응시하는 주체로 자리를 바꿉니다. 엘튼 존의 ‘벌어진 앞니’를 언급한 대목이 여성 독자에게 통쾌한 해방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우리의 주의를 끄는 매력적인 주인공은 어쩌면 엘튼 존이 아니라 이십 대의 자아를 회고하고 있는 사십 대 여성 화자인지도 모릅니다. 엘튼 존은 여성 자아의 성장이라는 무대에 세팅된,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지도요.


(글/그림 이필)


카디자 퀸

미국 디트로이트 근교에서 태어나 LA에서 자랐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책을 펴냈는데 『이제 괜찮아 : 유명한 남자들 목록과 내가 입었던 옷I'm So Fine: A List of Famous Men & What I Had On』은 가장 최근에 낸 시집이다. 그 외 『도관Conduit』, 『기이한 검정Black Peculiar』, 『무서운 사랑Fearful Beloved』 등의 시집이 있다. 2015년 산문시극 『불합리한 추론Non-Sequitur』으로 ‘레슬리 스칼라피노Leslie Scalapino’ 상을 받았다. 이 상은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극작품을 쓴 여성 시인에게 수여된다. 현재 콜로라도 대학 문예창작학과 방문 교수로 재직 중이다.



I Saw Elton John in a Nightclub


by Khadijah Queen


I saw Elton John in a nightclub in Atlanta called Tongue & Groove my sister thought he was an imposter but his haircut seemed right & no one could miss those rhinestone-framed eyeglasses & lime green paisley suit & purple satin shirt & matching necktie except maybe the drunk twentysomethings dancing slash stumbling you could smell the alcohol in the humid air & feel the spills fuse to your shoe soles & I was unlucky I had just gotten dumped & some fool splashed half a Long Island Iced Tea on my white dress & I was ready to go & dancing was supposed to make me feel better but instead marked the end of seeing nightclubs as fun despite the cologne-infused wake of Elton John whizzing by so close I could see the fabulous gap in his teeth


from Khadijah Queen, I’m So Fine: A List of Famous Men & What I Had On, YesYes Book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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