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영혼은 / 이번 볼런트

그리고 영혼은



어느 여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한 그 해 여름

서부에는 농작물이 썩어갔고

뒷마당의 체크무늬 테이블보는 빗물에 녹아내렸다

빈 캠핑용 의자들은 빗물을 받아냈다

나는 차량을 뚫고 어머니에게 가는 동안

도로 가장자리로, 주택들 뒤로 거무죽죽

떨어지는 라일락을 지나치면서

딸로서 최후의 작별을 위해 무언가 생각해 보려 했다

그러다 문득

전에 들은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몸은 대부분

물로 되어 있다고 하던가

남쪽으로 차를 돌리면서 다시 문득,

우리 몸이 물의 도시라면

그 도시에선 매일같이 물 분자들이 여행을 시작하겠지

서로가 서로를 향한 여행을

이곳 날씨로 보아 절대

실패하지 않을 여행을―

물이 잘라낸 가장자리를 따라 드러나는 바다

공중으로 가 닿는 구름의 색조

하나를 저장하고 다른 하나를 소환하는 리피강

물의 부족에 반응하는 노스월 부두의 염분

마치 그것으론 불충분하다는 듯 물들은 끝내

매일 저녁마다 모두 우리의 말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해안 운하 바다 강 개울 그리고 이젠

어머니, 나는 계속 차를 몰았다

머리로는 이 슬픔이 믿기지 않지만

다음번 폭우가 쏟아지면

물들은 어쩌면 서로를 그립게 하는

서로의 그림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몸이 물들 하나하나의 몸 자체이듯

물은 다시 옮겨가고 있었다, 짙은 안개에서 엷은 안개로,

엷은 안개에서 파도의 비말로, 안개는 다시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는 집,

그 집의 철책 위에 칠해진 유약으로,

그때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필 譯)


    물 분자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응집력이 있습니다. 물은 보통 분자들의 결합력보다 강한 수소결합을 하기 때문에 물은 서로 쉽게 결합합니다. 그래서 물방울은 안개로 비로 바뀌고, 개울로 강으로 옮겨가, 이윽고 넓은 바다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그 비통한 상실감을 물의 순환과정으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이편에서 우리는 서로를 그리워하여 부르고 끌어당기고 있는 물 입자들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볼런트는 이 짧은 시를 통해 가부장적 거대 서사가 아닌, 일상적인 여성의 삶의 과정을 서정적이고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영웅주의적 제스처, 고도의 수사학, 작위적 상징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아일랜드의 전통 문학을 아주 훌륭하게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글/그림 이필)


이번 볼런트

시인이자 번역가,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194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자 화가인 아버지를 따라 런던과 뉴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더블린으로 돌아와 트리니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아일랜드 역사 속에서 삶의 증언자로서의 여성을 주제로 시를 쓰기 시작해, 가부장적 거대 서사에 갇힌 일상성의 부재를 여성의 삶과 자연의 묘사를 통해 회복시키는 데 힘써왔다. 1996년부터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시집으로 『국가 없는 여성A Woman Without a Country』, 『가정 폭력Domestic Violence』, 『연애시에 반대한다Against Love Poetry』 등 십여 권을 펴냈으며 ‘래난 재단 시인상Lannan Foundation Award in Poetry’을 수상했다.



And Soul


by Eavan Boland


My mother died one summer-

the wettest in the records of the state.

Crops rotted in the west.

Checked tablecloths dissolved in back gardens.

Empty deck chairs collected rain.

As I took my way to her

through traffic, through lilacs dripping blackly

behind houses

and on curbsides, to pay her

the last tribute of a daughter, I thought of something

I remembered

I heard once, that the body is, or is

said to be, almost all

water and as I turned southward, that ours is

a city of it,

one in which

every single day the elements begin

a journey towards each other that will never,

given our weather,

fail—

the ocean visible in the edges cut by it,

cloud color reaching into air,

the Liffey storing one and summoning the other,

salt greeting the lack of it at the North Wall and,

as if that wasn't enough, all of it

ending up almost every evening

inside our speech—

coast canal ocean river stream and now

mother and I drove on and although

the mind is unreliable in grief, at

the next cloudburst it almost seemed

they could be shades of each other,

the way the body is

of every one of them and now

they were on the move again—fog into mist,

mist into sea spray and both into the oily glaze

that lay on the railings of

the house she was dying in

as I went inside.


from Eavan Boland, Domestic Violence, W. W. Norton & Company, Inc.,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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