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 사피아 엘힐로

    유산 


    우리 어머니가 고독을 발명했을까? 아니면 고독이 누군가를 어머니로 만들었을까? 우리는 침묵을 아버지로 두었을까? 아니면 이 침묵을 변명하려고 보고만 있는 걸까? 우리 형제들을 위해, 그들이 배우지 않은 언어로 하는 기도는 헛된 짓일까? 만약 우리가 어머니보다 혹은 어머니를 위해 먼저 늙는다면? 우리는 누구의 딸일까? 우리 할아버지 세대를 다들 ‘1월생 아이들’이라고 불렀지. 식민지 개척자에게 줄 세워져, 키 높이로 출생연도를 부여받았던 아이들. 아무 대답이 없네. 언제 태어났는지 자신도 모르는 남자들과 사진 몇 장 보고 결혼한 여자들. 고향 떠난 자식은 연애를 하고 싶어 했지. 잘못된 말을 더듬더듬거리는 딸을 둔 여자들. 우리는 그들에게서 생겨났지.


(이필 譯)



이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 “1월생 아이들The January Children”은 영국의 점령기 동안 수단에서 태어난 세대를 가리킵니다. 수단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새겨진 이 고유명사는 식민지 유산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키에 따라 출생년도를 부여받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생일 1월 1일이 주어집니다. 인간으로서의 개별적인 인격과 고유한 존엄이 파괴된 자리. 더듬거리는 액센트와 번역어의 파편들만이 이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역사는 식민지 경험과 독재, 디아스포라를 거쳐 지리와 공동체, 언어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후기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아프리카계 이민자들. 자신의 땅에서조차 이방인으로 떠돌고 있는 그들을 ‘누구의 딸’로 불러야 할까요?

(글/그림 이필)



사피아 엘힐로

1990년 미국 메릴랜드 주, 로크빌에서 아프리카계 수단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뉴욕 대학에서 공부했고 2017년 첫 시집 『1월생 아이들The January Children』로 2018년 ‘아랍계 미국인 작품상Arab American Book Award’과 ‘조지 엘런보겐 시문학상George Ellenbogen Poetry Award’을 받았다. 이 시집에서 그는 특히 디아스포라와 언어의 맥락에서 소속감과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다른 작품집들 또한 사랑과 사랑의 부재, 충족되지 못한 욕망 등의 주제를 탐색하고 있다. 2015년 브루널 대학의 ‘아프리카 시문학상African Poetry Prize’을 받았고 2016년 아프리카계 시인의 첫 시집에 수여하는 ‘실러맨 문학상Sillerman First Book Prize’의 수상자이다. 현재 앤솔로지 《할랄, 내 말이 들린다면Halal If You Hear Me》의 공동 편집위원으로 있다.



An Inheritance


by Safia Elhillo


did our mothers invent loneliness or did it make them our mothers were we fathered by silence or just looking to explain away this quiet is it wasteful to pray for our brothers in a language they never learned whose daughters are we if we grow old before our mothers or for their sakes they called our grand fathers the january children lined up by the colonizer & assigned birth years by height there is no answer we come from men who do not know when they were born & women shown to them in photographs whose children left the country & tried for romance & had daughters full of all the wrong language


from Safia Elhillo, The January Children,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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