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라 불리는 다리> / 디애나 마리 델가도

물이라 불리는 다리



난 열심히

종이에 시를 썼다네


물이 고여 있는

바닥


협곡 근처

웅덩이 위로 별들이


물고기처럼 배를 붙이고

미끄러지면


이렇게 써 내려갔지


……


나는 산길을 

지나서


라푸엔테의 잎사귀를 헤쳐 

나아갔어


달을 보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네


너무 오래전부터

난 유리 바닥을 걷고 있었지 


……


그때는 집이 내 위로

무너지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엄마를 끌어내라고 말했지


침대 위

다른 남자와 같이 있다며―


……


자두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듯

가지 부러지는 소리 


나이 더 들고

더 이상 두렵지 않아


내 목소리는 물처럼

우물에서 길어 올려져


오래전 바람이 묻혀 있던 그곳

누군가 늘 그곳에 있어


내 방으로 달려와

묻고는 해, 너 괜찮니?



(이필 譯)




아마도 시적 화자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의처증이 있던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어머니를 괴롭혔고 화자는 유리 조각 흩어진 집 안에서 온전히 그 상황을 감당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 시는 결말과도 같은 글쓰기 행위로 시작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무언의 공포로 끝나고 있습니다. 이때 내 안위를 물어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내 무의식에서 만난 아니무스의 목소리와 동일합니다. 어쩌면 훼손된 감정이 유리 파편처럼 박혀 있는 화자에게 내면의 평화란 죽음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놓인 다리 위에서 만나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요? 이제 물고기처럼 수면에 배를 붙이고 미끄러지듯 하강합니다. 

(글 이필)


디애나 마리 델가도

라틴계 시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푸엔테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2015년 시집 『한밤의 대화—믿을 만한 남자들과 함께Late-Night Talks With Men I Think I Trust』를 펴냈고, 2019년 시집 『말의 흔적을 좇아서Tracing the Horse』가 출간될 예정이다. UC 리버사이드 대학을 거쳐 콜럼비아 대학에서 창의적 글쓰기 과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라틴계 시인 단체인 ‘깐또문도CantoMundo’의 회원이며, 애리조나 대학 시문학연구소장Literary Director of the Poetry Center으로 있다. 



Bridge Called Water


by Diana Marie Delgado


I wrote hard

on paper


at the bottom

of a pool


near a canyon

where the stars


slid onto their bellies

like fish


I wrote:



I went through

the mountain


through the leaves

of La Puente


to see the moon

but it was too late


too long ago

to walk on glass.



Near those years

when the house fell on me


my father told me

draw mom


in bed with

another man—



From a plum tree


the sound of branches

fall like fruit


I’m older

no longer afraid


my voice like water

pulled from the well


where the wind had been buried

where someone was always


running into my room

asking, what’s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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