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연결되는 삶(번외)


식구들의 대화


2019년 6월 3일, 용산 모 카페


삵 : 크게들 말해줘.

최주성이 : 하, 참나.

제이크 : 이 샌드위치는 저녁이야?

연두 : 어, 이거 하나씩 나눠 먹으려고.

제이크 : 그럼 저번에 녹취했던 거는 아예 안 들렸어?

삵 : 아니, 다 들리긴 들리는데 내가 정리하기 너무 힘들어서. 그때 기운이 별로였어. 좋은 기운이 오늘은 느껴져서.

최주성이 : 아~

연두 : 오옹~

제이크 : 그래? 주제는 있는거야?

삵 : 주제 같은 건 없지.

최주성이 : 언니 좀 정해와.

연두, 제이크 : (웃음)

삵 : 아니, 우리가 주제 따로 안 정하고 얘기하잖아.

최주성이 : 막상 말할라 하면,

제이크 : 근데, 아무리 기운이 좋아도,

삵 : 아니, 근데 뭐 말할려고 하지마.

제이크 : 아.


(뭔가를 까서 먹는 소리)

연두 : 아니, 나 오늘, 나 오픈카톡 하잖아. 근데 어떤 열여섯살이 들어와서 자기 앞에 날라리가 앉아 있고, 그 날라리랑 친구인 애가 앉아서 자기 이름을 막 부르고 자꾸 시덥잖은 말은 한다, 여러분이 보기에 내가 찐따같냐, 이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그 말을 듣고 헤엑 찐따는 도대체 누가 정하는데? 이 생각이 딱 들었는데 걔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지금 당장 내일 학교 가서 보는 걔네가 문젠데. 그래서 그냥 무시하라고 했어. 어차피 걔네랑 친해지고 싶지 않지 않냐, 너랑 맞는 애 찾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너 찐따 아니다, 그거 말 싸가지 없게 하는 애들이 찐따다, 그랬더니 네 네 하더니 나갔어.

최주성이 : 내가 보기에는 어울리고 싶어하는…….

연두 : (끼어들며)힉! 너 이거 한 입 먹어. 내가 이거 네 거를 뜯어 버렸어.

최주성이 : 내가 알아서 먹을게.

연두 : 미안해~~~

제이크 : 그게 걔의 우주지. 벗어날 수가 없잖아.

연두 : 으응, 그걸 아니까. 우리는 이제 다 개인이잖아. 묶여있는 데가 없는데. 그래서 좀 안타깝더라.


삵 : 담배피고 올래?

제이크, 연두 : 어.

최주성이 : 연두 먹던 거 먹고 가지.

삵 : 아 맞아.

연두 : 시러!

제이크 : (웃음)

삵 : (웃음) 귀여워.

연두 : 난 먹다 중간에 가는 게 참 좋더라.

최주성이 : 난 쟤 베이글 먹으면서 담배 피우는 거 보고 경악을 했어.


제이크 : 어제 이야기는 잘 됐어?

삵 : 어, 나 그때 세 가지 기준 잘 정했지?(판단의 세 가지 기준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음)

연두 : 응, 진짜. 너무 좋아.

최주성이 :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때 언니 얘기하는 거 들으면서, 사알짝…….

삵 : 재수없었어?

최주성이 : 이렇게 말하면 내가 더 재수 없을 거야. 근데, 살짝, 꼰대같았어.

제이크,연두 : (웃음)

삵 : 어어, 나도 느꼈어. 난 오늘 그 생각 했거든. 독단적인 사람을 안 믿는다고 하면서 내가 지금 이러고 있나?

최주성이 : 근데 뭐 강요 수준이 아니라서 괜찮아.


제이크 : 대략 무슨 이야기 하다가 그렇게 얘기가 된거야?

연두 : 아 그때 최주성이 그림 그리는거 이야기 하다가, 내 워홀 이야기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내가 워홀을 가고 싶은지 아닌지 그런 이야기 하다가,

최주성이 :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았는지 아닌지,

연두 : 어, 친언니가 나한테 워홀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그렇게 얘기가 됐지. 언니가 나한테 워홀 얘기 했을 때 이게 나한테 필요한가? 그걸 고민한 게 아니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내가 워홀을 잘 할 수 있나? 이거였거든. 근데 솔직하게 워홀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난 워홀을 갈 이유가 없어. 나는 일어를 공부하는 게(연두는 최주성이에게 일어를 배우고 있음) 뭔가를 계속 배우는 거에 의미를 두는 거지 진짜 일어로 뭘 하겠다, 이런 게 아니잖아. 그래서 부담스러웠어.

제이크 : 어제 집에 가면서 우리 사주 보는 거 다시 들으면서 갔단 말야. 그랬더니 그게 생각이 지금 나네. 공부 하라고 너한테 했었고 심리 쪽이 맞다고 그거 하고 시각디자인을 버리라고 얘길 했더라고.

삵 : 연두가 사람들이 좀 붙나 보다. 점성학 들으러 가서도 그 이야기 듣고.

연두 : 근데 지금 내가 심리학 공부를 하기엔, 게을러.

삵 : 그리고 지금 할 이유가 없지.

제이크 : 할 이유가 없는 일이... 있나?

삵 : 뭔가를 판단할 때.

제이크 : 판단할 때?

삵 : 예를 들면 지금 만약에 너가 일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은, 일을 그만두고 싶은 지, 그만 둘 이유가 있는 지, 그만 둘 상황인지 세 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하는 거지. 근데 만약에 그만 두고 싶은 마음보다 그만 둘 상황이 아닌 게 더 커. 그러면 그만 두지 않는 거지.

제이크 : 음…….

연두 : 근데 이제, 오빠는 이런 걸 생각을 안 해도 그냥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고, 근데 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있는 거를 캐치를 못 해가지고 그 방법을 알려준 거야.


삵 : 아 나 핸드폰 찾고 있었어, 여기 있는데.

연두 : 뜌뜌뜌!

삵 : 나 땡모반 사먹고 싶다. 수박주스.

연두 : 내가 카페에 공부하러 간다는데 엄마가 왜 혼자냐고 물어볼까? 물어볼 수도 있나?

제이크 : 그럴 수도 있지.

연두 : 약간 내 느낌에 우리 엄마는 내가 남자친구가 생기길 바라는 것 같아. 정작 있을 때는 자지 말라고 그러더니.

삵, 최주성이, 제이크 : (웃음)

최주성이 : 너네 엄마는 남자친구 있을 때는 헤어지라고 하면서 없을 때는 결혼하길 바라잖아.

연두 : 그니까! 웃겨.

제이크 : 사주 본 거 들으면서 작년에 연두 마음의 빗장만 열었으면 재주 좋은 남친 만났을 거라고 그러더라.

최주성이 : 제주도 가서 생긴다, 그런 이야기도 들었잖아.

연두 : 그니까, 계속 온대. 사람이 계속 오긴 오는데 내가 마음의 문을 안 여는 거래.

제이크 : 그것도 그렇고, 긴가 민가 하는 게 많았어, 다시 들으면서.

연두 : 아 그랬어? 으음…….

최주성이 : 나 제이크형한테 그 이야기 할라 그랬어. 제이크형 번역 알바 같은 건 왜 안 하냐고.

제이크 : 아이, 나는 학을 뗐어.

최주성이 : 아니 그때 영화 자막 달아준 거 너무 맘에 들어서.

삵 : 근데 제이크, 번역 알바는 좀 나을거야. 스크립트를 주잖아. 최주성이한테 해 줄 때는 그냥 귀로만 해서 더 힘들었을 거야. 나 땡모반 시켜야 겠다.

제이크 : 아 여기 땡모반이 있어?

삵 : 어. 배는 부른데 너무 먹고 싶어.


제이크 : 내 티셔츠 그림 토르같지.

연두 : 어! 토르!

제이크 : 근데 최주성이는 보면 안돼, 엔드게임 스포니까.

최주성이 : 나 이미 (중요한 스포) 알아.

연두, 제이크, 삵 : (웃음)

최주성이 : 진짜 개같아, 밥먹다가 당했어

연두 : 얘 이미 (중요한 스포) 안대 ㅋㅋ

최주성이 : 근데 듣고도 계속 아닐거야, 아닐거야, 그랬는데 방탄소년단이 올린 영상 보고 아, 진짜구나ㅋㅋㅋ

제이크 : 그래도 재밌어.

최주성이 : 맞아. 어벤저스 같은거는 스포 엄청 큰거 아니고서는…….(고개를 떨굼)

제이크 : 엄청 큰건데. 근데 재밌어, 어쨌든.

삵 : 아 땡모반 개 맛있네. 수박이야 그냥.

연두 : 히익! 진짜 수박 화채네. 맛있다.

삵 : 응, 맛있어.


최주성이 : 이거봐, 언니. 주제좀 정해와 제발.

삵 : 왜?

최주성이 : 난 주제 정해서 이야기하는게 좋아. 안그러면 우울해

연두, 제이크 : (웃음)

연두 : 우울하다고?

제이크, 삵, 최주성이 : (웃음)

제이크 : 우울하기까지 해?

최주성이 : 어, x나 우울해.

제이크 : 근데 그 책은 왜 읽는거야 갑자기?(최주성이가 읽는 ‘영혼의 지도’를 가리키며)

최주성이 : 방탄 이번 앨범에 나와서.


(잠시 각자 할 거 하는 중)

최주성이 : 아니 녹취하러 만나서 왜 얘기를 안 하는거야?

삵 : 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러 온거야.

제이크 : 근데 건질 게 없잖아.

최주성이 : 그니까, 내 말이. 난 이런 분위기가 싫어(웃음). 얘기하자 해놓고 이렇게 개인적으로…….

삵 : 그래? 그럼 우리 주제……. 판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제이크 : 판단?

삵 : 어제랑 연결돼서.

연두, 최주성이 : (웃음)(최주성이 묘한 표정)

삵 : 표정이 왜 그래?

최주성이 : 왜 그런거 같은데?

연두, 삵, 최주성이 : (웃음)

최주성이 : 말해봐, 왜 그런거 같은데?

삵 : 아니, 아니야.


연두 : 나 그때 여행가서 밤에 막 춤추면서 나무 막 치면서 뛰고 소리지르고 노래부르면서 갔는데, 서울에선 그렇게 못하잖아, 그게 너무 좋더라고. 상상속에서만 막 하던 건데.

삵 : 난 근데 서울에서도 하는데 가끔. (웃음)

연두 : (웃음)진짜? 길에서?

삵 : 응, 길에서 이렇게 이렇게.

연두 : 아 진짜? 난 내적 댄스.

삵 : 막 길거리 말고, 한강 이런데서.

최주성이 : 나 한강에서는 그냥 멈추고 춤 추는데.

제이크 : (웃음)

연두 : 진짜? 오오오

최주성이 : 나는 밖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혼자냐 아니냐.

연두 : 나는 밖이냐 아니냐가 중요해.

 

삵 : 연두 생일선물 이거 어때? 이거 이어폰 저음 좋은거

연두 : 오오

최주성이 : 지금 얘 생일 6개월 남았거든?

삵 : 미리 줄 수도 있지.

연두 : 띠로로 띠로로

최주성이 : 나 누구 커피좀 사줘.

삵 : 이어폰 알아보는 거에 빠져 있어.

최주성이 : 그거 그만 찾아보고 얘기 하자고!

삵 : 나 왜 갑자기 텐션이 왜 떨어지지

최주성이 : 나 때문이야?

삵 : 왜 너 때문이야?

최주성이 : 내가 너무 xx해서?

삵 : 나 이어폰 찾느라 텐션이 떨어졌어.

최주성이 : (웃음) 이어폰 찾는데 텐션이 떨어져?

연두 : 목요일에 쉰다니 너무 기분 좋다.

최주성이 : 담배피고 오자.

연두 : 띠용~띠용~ 휘휴휴휴휴휴


우린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한다. 녹취로 들어보니 우린 생각보다 더 심각한 아무 말 모임이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길게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저 날은 유독 긴 대화가 없었던 아무 말 날이었지만…….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아무 말 안에서 서로를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우리를 조금 느낄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이렇게 제멋대로인 우리의 존재가 반가움이 되어 사차원의 세계가 좀 더 넓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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