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꿈을 좇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꿈에 진심이라면 <김미경의 Dream on>

    꿈을 이루기 위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서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지금 진창에 굴려지고 있는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자위적 당위성의 발로일 수도 있고, 대리만족이나 애증 내지는 상황에 대한 합리화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비뚤어진 생각도 듭니다. 대체 꿈이 무엇이기에,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일까요? 한때 소질과 적성의 조합, 자아실현 같은 것들 때문에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방황했던 1인으로서, 꽤나 밀도 깊은 자기계발서인 <김미경의 Dream on>을 읽다가 정말 오랜만에 이 이라는 얄궂은 녀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다지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었던 것이, 마치 좋은 꼴 못 볼 꼴 다 본 오래된 인연을 마주한 것 같은 징글징글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출처: 기막힌 생활툰, 피너툰>

 

    언젠가부터 꿈이라는 것이 가슴 설레는 단어라기보다 밀린 숙제와도 같은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결혼이라는 개념이 산업화 과정에서는 단순한 경제공동체로 인식되다가 점차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충족되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합의되기에 이른 것처럼, 어떤 외적인 요소의 개입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현상, 즉 꿈을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여기게 된 현상의 기저에는 꿈과 직업을 동일시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만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꿈은 그야말로 이상향, 어떤 인생의 종착역에 가까운 것이라면 직업은 생계수단이라는 하위 카테고리에 있는 개념인데 이 둘을 혼동하다 보니 일련의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죠.

 

   학교에서는 대입을 위한 점수 쌓기 교육에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흥미나 소질, 적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졸업 후 자신에게 맞는 가슴 뛰는 일을 찾아야 성공한 인생인 거라며 대중을 다그쳐대는, 자기계발서 시장을 필두로 한 온갖 상술에 휘둘리다 보면 수차례의 이직을 거치고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요즘이야 이직이 그리 별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직장을 얼마나 오래 다니는가의 여부가 성실함과 유능함을 보여주는 절대적 요소로 통용되곤 했습니다. 그 당시 직장생활에 있어서의 사회적 가치이자 덕목은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나의 값어치는 누군가는 인정해 주니까 약삭빠르게 계산하지 말고 스스로를 성장시킨다는 생각으로 뼈를 갈아서 일해라정도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사측에서 알아서 연봉을 올려줄 때까지 그저 소처럼 열심을 다하라는 메시지에 불과한, 다수의 기득권자들이 애써서 노동자들에게 주입시키고 싶은 그들만의 이상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적성에 맞는 사람이 없진 않겠고, 실제로 관점에 따라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할 것입니다. 단지 이를 악용하는 악덕 업주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죠. 일단 어떤 조직에서든 3년만 버텨보면 구조가 보이고 시야가 넓어지니 참고 견뎌보라는 말은, 실제로 내가 없어도 모든 게 잘 굴러가는 시스템 속의 잉여 부품 같은 신세를 감내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막연하고 당최 와 닿지 않는 조언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시간을 보낸 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는 깨달음이 오긴 합니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남들에게 나름 인정받을 만한 경력이라는 이름의 트로피가 주어집니다(어디까지나 그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요^^). 거칠게 말하자면, 회사는 우리를 굴리는 대가로 다달이 돈을 줍니다. 어디서 굴려지든 거기서 거기라는 판단이 서게 되면 당신은 자랑스러운 반도의 흔한 직장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죠! 만약, 아주 만약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면 더더욱 거친 앞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자기계발 강사인 저자의 에 대한 생각은 저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20대까지는 꿈을 못 찾는 게 정상이고, 처음부터 가슴 뛰는 꿈도 없으며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깨달음이 올 뿐 거창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왕 태어난 김에 꿈에 대해 진지하게, 전력을 다해서 고찰해보라 합니다. 스스로가 정말 원하는 일인지, 그저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타인의 욕망이 아닌지,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열병이나 유행 같은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경계하며 살피다 보면 짝퉁들 사이에서 진품이 가려지기 마련이라면서요.

 

    솔직히 누구나 꿈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라는 광고 카피 문구는 단발성으로 나불대기는 쉽지만 자칫하면 잦은 이직으로 인해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셀프 소급 혜택과 멀어지게 하며 이력서의 경력 란을 혼란하게 만드는 등 여러모로 여러분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누구나 거창한 꿈을 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옆자리에 스며들어 있는 무언가가 꿈이 될 수도 있고, 설사 뚜렷하게 구체화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의 소리를 기울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꿈과 엇비슷한 위치에 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설픈 시도를 함부로 도전이라 부르기, 작은 단서에 휩쓸리기, 함부로 집적대기 등 본문에서 저자가 하지 말라고 한 건 다 해본 사람으로서(자랑이다...)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때에 따라 이는 막연한 신기루와도 같아서, 작정하고 쫓다 보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경험과 재능, 소질이라는 여러 개의 구심점을 설정하고 쫓다 보면 그 형체가 점차 분명해지는 녀석이라고요. 꿈이라는 것에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주파수 정도는 맞는지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내 일터, 내 꿈의 카테고리가 맞는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지금 나는 성장하고 있나, 아니면 정지해 있나.

둘째, 나는 내 꿈을 생각만 하고 있나, 아니면 실행하고 있나.

셋째, 나는 이전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나, 아닌가.

 

    본문에서 저자가 제시한 세 가지 질문입니다. 일단 저는 시나브로 성장 중인 것 같고, 매우 미세하지만 실행 중이기도 하며, 이전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 중인 것 같으니 꿈의 카테고리는 제대로 잡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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