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우르술라 안키에르 올센

『제3천년 심장』에서 발췌


어떤 것도 열어 보이지 않으리란 생각, 굴욕과 폭행이 발생할 만한
어떤 구역도 갖지 않으리라는.

혈류도 마찬가지 어떤 인프라도 없어
해와 달의 전차들 슬쩍 닿기만 해도 제멋대로 굴러 가지
몸의 안쪽에서 환히 빛나는 굴욕감을 실어 나르며
아브라카다브라 울부짖는 몸 구석구석 주문을 외우지.

난 비싼 약물을 쓴다네. 분노의 땀과 정제, 달콤한 알약, 연고. 향유를
바르렴. 한 주전자의 코마에 세 봉지를 우려내렴.

바위로 나는 동굴의 입을 막네. 아무도 나가지 못해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서 아무것도 부활할 수 없으리니 그 이름, 등 뒤에 꽂힌 칼이

다시는 결코 내 편집증-시체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니.
아직 쓰이지 않은 채로 나는 남아 있겠네.

(이필 譯)

    이 시는 독립된 한 편의 제목이 없습니다. 시집 『제3천년 심장』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우르술라 안키에르 올센에게 한 권의 시집은 심장과 같습니다. 그 심장은 독자와 공유하는 외부 기관인지도 모릅니다. 각 시편은 인체의 기관들처럼 해부학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때의 몸은 텅 빈 공간, 사건 혹은 폭력이 발생하는 공간일 뿐이죠. 그것은 여성의 몸이 가진 실존이기도 합니다. 몸에 의미를 덧입힐수록 우리는 개념화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나의 몸을 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의 몸은 ‘코르푸스’, 곧 시체 상태가 됩니다. 시의 화자는 무덤 입구를 바위로 틀어막고 부활을 거부합니다. 이름이라는 개념화에 포획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차라리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로 버티겠다는 의지를 표명합니다. 등 뒤에 꽂힌 칼처럼 서늘하고 순수한 강렬함이 우리 몸을 통과합니다.

(해설: 이필)

우르술라 안키에르 올센
197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코펜하겐 대학과 베를린 공대에서 음악 이론을 공부했으며 음악평론가로 활동했다. 덴마크에서 ‘시인들의 시인’으로 동시대에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여성 예술가이다. 2000년 등단 이후 아홉 권의 시집을 발표했고 덴마크 작곡가를 위한 여러 편의 오페라 대본을 썼다. 시집 『제3천년 심장Third-Millenium Heart』으로 저명한 몬타냐프리슨Montanaprisen 상을 수상했으며 그 후속작인 『출항선Outgoing Vessel』으로 덴마크 비평가상을 받았다. 이 시집들에서 그는 권력과 욕망이 혼재된 인간의 본성과 가부장적 권력 구조를 되풀이하지 않는 페미니스트적 대안을 탐색하고 있다. 



from Third-Millenium Heart

by Ursula Andkjær Olsen

The will to have no openings, to have no areas where humiliation and
assault can take place.


Same for the bloodstream: no infrastructure
sun and moon chariots wheel at the slightest external touch
transporting bright shining humiliations within the corpus and
abracadabra out into every screaming corner.


I use expensive drops: anger’s sweat, tablet, pastille, ointment. Balm. Brew
three bags for a pot of coma.


With a rock I block the cave’s mouth; nobody coming out, nobody coming
in, nothing will resurrect, that name, that knife in the back will


never again slip through my paranoia-carcass.
I will remain unwritten.


From Ursula Andkjær Olsen & Katrine Øgaard Jensen(덴마크어 영역), 

Third-Millennium Heart, Action Books & Broken Dimanche Pr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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