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 / 조이 하르조
- 세계 여성 시인: 이필
- 2019. 6. 5. 14:04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
그녀는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다.
임대 아파트의 콘크리트 창틀을 꼭 붙잡고 있는
양 손은 하얗게 질려 있다. 시카고 동부의
13층 창문에 매달린 그녀의 머리 위로
새들이 빙빙 돌고 있다. 새들은 후광이 될 수도,
곧 그녀를 으스러뜨릴 유리 폭풍이 될 수도 있다.
그녀는 해방될 거라고 믿는다.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는
홑몸이 아니다. 시카고 동쪽 지역에 사는
그녀는 아이들을 둔 여성이다. 젖먹이 아기 카를로스,
마거릿, 그리고 맏이 지미가 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의 딸이며 자기 아버지의 아들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만난 두 남편들 사이에서 부서진
여러 개의 파편이다. 그녀는 이 아파트 건물의 모든 여성이다.
그들 자신을 지켜보듯 그녀를 지켜보고 서 있는 여성들이다.
어릴 때 그녀는 따뜻한 목조 방에서
바닥 긁힌 접시에 담긴 줄풀쌀을 먹었다. 먼 북쪽에 살 때였고
그때는 아기였었다. 누군가 흔들어서 그녀를 재웠다.
그녀는 저 혼자 기슭에서 물결치는 미시건호(湖)를 바라본다.
그것은 어질어질한 물의 구멍, 부유한 자들은 구멍의 가장자리
높다란 유리 저택 안에 산다. 어떤 곳에선 작게 소곤거리던 미시건호가
여기서는 거칠게 물살이 튀어 아스팔트에 부딪친다.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와
똑같이 생긴 다른 건물들을 본다. 그녀는 여러 층의 창문에 매달린
다른 여성들을 본다. 자신들의 손바닥에, 아이들의 손바닥에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그 여성들을.
그녀는 이 도시의 인디언 구역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다. 아이들을 낳은 그녀의 배는
물렁물렁하고, 그녀의 허리 아래로 해진 리바이스 청바지가,
그다음 두 발이, 그다음 그녀의 심장이 흔들거린다.
그녀는 흔들리고 있다.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는 목소리를 듣는다.
불빛 희미해지는 밤, 소리들이 다가온다.
때때로 그 목소리는 야옹거리며 문을 긁는 어린 고양이들이고
때때로 그녀 할머니의 말소리이고
때때로 그녀에게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속삭이는 빛의 거인들이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아이를 하나 더 낳아 밤중에 꼭 끌어안고
꿈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싶다.
이제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는
또 다른 목소리들을 듣는다. 그중 몇몇은 밑에서 소리치며
그들이 떠받칠 테니 그녀에게 뛰어내리라고 한다. 어떤 목소리는 인도에서
낮게 흐느끼며 자기 아이들을 꽃처럼 안아 올려 두 팔로 감싼다. 그들은
그녀를 자기 자신인 듯 도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13층 창문에 매달린 여자이고
그녀 자신의 손가락, 자신의 피부, 그리고 한 가닥 망설임에
스스로 매달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카를로스, 마거릿, 지미를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녀 자신이었던 모든 여성과
모든 남성을 생각한다. 자신의 피부색과
시카고의 거리와 폭포와 소나무들을 생각한다.
그녀는 달빛 비춘 밤과 서늘한 봄의 폭풍을 생각한다.
그녀의 머릿속은 네온 불빛처럼, 시카고 북부 술집들처럼 떠들어댄다.
죽음처럼 그녀의 무릎을 주저앉히던 새벽 4시의 외로움을,
끝내 논리적인 결론에 닿지 못한 그 불화를 생각한다.
꽉 다문 입가로 그녀의 이가 벌어진다.
그녀는 말할 것이다.
13층에 매달린 여자는 잃어버린 자기 인생의
아름다움 때문에 운다. 시카고의 잿빛 지평선 너머
서녘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자기 인생이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소리를
들었다고 분명 그녀는 믿는다.
시카고 동부의 13층 창문에서 떨어질 때,
혹은 자신을 되찾으려고 다시 기어 올라갈 때.
(이필 譯)
시카고 동부, 임대 아파트 13층 창문에 한 여성이 매달려 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어떤 사정으로 투신을 시도한 것인지 알 길 없지만 우리는 짐작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가 삶의 가파른 절벽으로 내몰린 이유를. 미국의 도시 건물에는 실은, 13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수자는 어느 때고 이 13층 창가에 설 수밖에 없으리라는 걸, 스스로 매달려본 자는 알고 있습니다. 시를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이 중년 여성과 함께 창문에 매달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발아래 나와 똑같이 가난한 여성들과 아이들, 그리고 한때 나 자신이기도 했을 모든 여성과 남성,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말이죠. 그녀가 결국 해방되었는지, 아니면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 기어 올라갔는지, 시는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어떤 결론도 아름다운 논리로 포착될 수 없음을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 이필)
조이 하르조
1951년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의 아메리카 원주민 혼혈 시인이다. 시인이자 재즈 음악가, 극작가, 공연 예술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소수인종 차별, 미혼모에 대한 여성 혐오, 남편의 알코올 중독 등 차별과 가난, 소외를 겪은 하르조는 시 쓰는 과정을 통해 치유와 용기의 회복을 경험한다. 북미 원주민에 대한 대학살과 강제이주, 동화의 트라우마를 기억하는 그는 섣부른 낭만화로 빠지지 않고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전사로 우뚝 선다. 뉴멕시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며 ‘월러스 스티븐스 상Wallace Stevens Award’을 수상했다. 미국 원주민의 착취와 고난의 역사를 그린 첫 시집 『마지막 노래The Last Song』(1975년)를 비롯해, 『미친 사랑과 전쟁 속에서In Mad Love and War』(1990년), 『하늘에서 떨어진 여자The Woman Who Fell From the Sky』(1994년) 등의 시집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거룩한 존재를 위한 갈등 해결Conflict Resolution for Holy Beings』을 펴냈다.
The Woman Hanging from the Thirteenth Floor Window
by Joy Harjo
She is the woman hanging from the 13th floor
window. Her hands are pressed white against the
concrete moulding of the tenement building. She
hangs from the 13th floor window in east Chicago,
with a swirl of birds over her head. They could
be a halo, or a storm of glass waiting to crush her.
She thinks she will be set free.
The woman hanging from the 13th floor window
on the east side of Chicago is not alone.
She is a woman of children, of the baby, Carlos
and of Margaret, and of Jimmy who is the oldest.
She is her mother's daughter and her father's son.
She is several pieces between the two husbands
she has had. She is all the women of the apartment
building who stand watching her, watching themselves.
When she was young she ate wild rice on scraped down
plates in warm wood rooms. It was in the farther
north and she was the baby then. They rocked her.
She sees Lake Michigan lapping at the shores of
herself. It is a dizzy hole of water and the rich
live in tall glass houses at the edge of it. In some
places Lake Michigan speaks softly, here, it just sputters
and butts itself against the asphalt. She sees
other buildings just like hers. She sees other
women hanging from many-floored windows
counting their lives in the palms of their hands
and in the palms of their children's hands.
She is the woman hanging from the 13th floor window
on the Indian side of town. Her belly is soft from
her children's births, her worn Levi's swing down below
her waist, and then her feet, and then her heart.
She is dangling.
The woman hanging from the 13th floor hears voices.
They come to her in the night when the lights have gone
dim. Sometimes they are little cats mewing and scratching
at the door, sometimes they are her grandmother's voice,
and sometimes they are gigantic men of light whispering
to her to get up, to get up, to get up. That's when she wants
to have another child to hold onto in the night, to be able
to fall back into dreams.
And the woman hanging from the 13th floor window
hears other voices. Some of them scream out from below
for her to jump, they would push her over. Others cry softly
from the sidewalks, pull their children up like flowers and gather
them into their arms. They would help her, like themselves.
But she is the woman hanging from the 13th floor window,
and she knows she is hanging by her own fingers, her
own skin, her own thread of indecision.
She thinks of Carlos, of Margaret, of Jimmy.
She thinks of her father, and of her mother
She thinks of all the women she has been, of all
the men. She thinks of the color of her skin, and
of Chicago streets, and of waterfalls and pines.
She thinks of moonlight nights, and of cool spring storms.
Her mind chatters like neon and northside bars.
She thinks of the 4 A.M. lonelinesses that have folded
her up like death, discordant, without logical and
beautiful conclusion. Her teeth break off at the edges.
She would speak.
The woman hangs from the 13th floor crying for
the lost beauty of her own life. She sees the
sun falling west over the gray plane of Chicago.
She thinks she remembers listening to her own life
break loose, as she falls from the 13th floor
window on the east side of Chicago, or as she
climbs back up to claim herself again.
from Joy Harjo, The Woman Who Fell From the Sky, W. W. Norton and Company Inc., 1994.
'세계 여성 시인: 이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빌어먹을 고양이> / 최돈미 (0) | 2019.07.04 |
---|---|
<막내딸> / 캐시 송 (1) | 2019.06.19 |
<세계는 여기서 끝날 거예요> / 조이 하르조 (0) | 2019.05.22 |
<물이라 불리는 다리> / 디애나 마리 델가도 (0) | 2019.05.08 |
<유산> / 사피아 엘힐로 (0) | 2019.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