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 / 캐시 송

막내딸



하늘은 몇 해 동안

어두웠다.

내 피부는 라이스 페이퍼처럼

창백하고 축축해졌다.

저 밖 들판에 서서 따가운 햇살에

바짝 말라붙기 전

어머니의 피부는 어땠을까, 헤아려본다. 


최근에 눈꺼풀을 만지면

마치 데일 듯이 뜨거운

무언가를 만진 것처럼

내 손이 반응한다.

아스피린 같은 내 하얀 피부는

편두통으로 욱신거린다. 특히

두통이 불꽃처럼 치솟는

저녁이면 어머니가

내 왼편 얼굴을 마사지해 준다.


오늘 아침

그녀의 숨소리는 자갈 구르듯 그르렁거렸고

무뚝뚝한 말투는 어딘가 다정했다.

휠체어에 태워 어머니를 욕실로 데려갔을 때

그녀는 기분이 좋았는지

커다란 젖가슴에 대해 농담을 늘어놓았다.

뿌연 물속에 떠다니는

두 마리의 바다코끼리 같지 않니?

축 늘어져, 주변으로 콧수염 난 젖꼭지라니.

나는 젖가슴을 문질렀다, 입 안에 도는

시큼한 맛을 느끼며

여섯 아이들과 한 늙은 남자가

이 갈색 젖꼭지에서 빨아댔을 그 맛을 생각했다.


시퍼런 멍에 손길이 닿았을 때

하마터면 나는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

그녀의 몸 위에 흩어진 주근깨 같은 반점은

30년째 인슐린을 주사하고 있는 자리.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비누칠을 했고

어머니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았다.

늘 그래 왔던 것 같다, 우리 둘은

이 햇빛도 들지 않는 방 안에서

참방참방 목욕물을 끼얹으며.


오후가 되면

휴식을 취한 어머니가

우리만의 의식, 차와 밥을 준비한다.

가늘게 썬 생선 조각을 생강과 곁들여,

내 하얀 몸의 표식 같은

절인 순무 한 쪽을 밥 위에 놓는다.

익숙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먹는다.

나를 신뢰할 수 없다는 걸,

이젠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안다.

그녀가 따라 준 차로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건배할 때

창문에 드리운 천 마리 학이

갑작스러운 미풍에 날아오른다.


(이필 譯)



이 시는 52행으로 된 섬세한 어조의 모놀로그입니다. 시적 화자는 가족 중 막내딸입니다. 어떤 사정인지 병든 노모를 돌봐야 하는 책임이 지워져 있습니다. 독백을 통해 화자는 병약한 어머니에 대한 측은지심과 저당 잡힌 자기 삶에 대한 좌절, 분노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드러냅니다. 딸의 상황과 어머니의 상황은 서로 대조적입니다. 딸은 여러 해 동안 어두컴컴한 집 안에 묶여 “창백하고 축축한” 얼굴입니다. 반면에 어머니는 오랜 세월 사탕수수밭 노동으로 “햇볕에 바짝 그을어” 있습니다. 딸과 어머니의 고통은 전혀 다른 듯 닮아 있습니다. 어머니와 딸은 서로의 고통의 원인인 동시에 그 고통을 덜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돌봄 노동을 주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사이에선 수시로 역할 반전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딸은 어머니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합니다. 커튼의 무늬로 새겨진 천 마리 학이 하늘로 날아가는 꿈을 꿉니다.

(글/그림 이필)


캐시 송

1955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머니는 부산 출신으로 23세 나이에 사탕수수밭 노동자인 남편의 사진 한 장을 보고 하와이로 건너왔다. 1910~20년대 한인 남성과 사진을 교환하여 결혼한 여성을 ‘사진 신부’라고 부르는데 약 600~1,000명의 여성이 하와이로 건너왔다. 캐시송은 이민 3세대로, 미국 소수 민족 중 가장 주목 받는 한국계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계 여성의 삶과 문화를 담백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가족 서사를 탐색한 그의 첫 시집 『사진 신부Picture Bride』(1983)는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들에 영감을 받아 구성하였으며, ‘예일대학 젊은 시인상Yale Series of Younger Poets Prize’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스쿨 피겨School Figures』 (1994년), 『행복의 땅The Land of Bliss』 (2001년), 그리고 불교 철학에 영향 받은 『구름을 움직이는 손Cloud Moving Hands』 (2007년) 등 다수의 시집이 있다.



The Youngest Daughter


by Cathy Song

The sky has been dark

for many years.

My skin has become as damp

and pale as rice paper

and feels the way

mother’s used to before the drying sun

parched it out there in the fields.


Lately, when I touch my eyelids,

my hands react as if

I had just touched something

hot enough to burn.

My skin, aspirin colored,

tingles with migraine. Mother

has been massaging the left side of my face

especially in the evenings

when the pain flares up. 


This morning

her breathing was graveled,

her voice gruff with affection

when I wheeled her into the bath.

She was in a good humor,

making jokes about her great breasts,

floating in the milky water

like two walruses,

flaccid and whiskered around the nipples.

I scrubbed them with a sour taste

in my mouth, thinking:

six children and an old man

have sucked from these brown nipples.


I was almost tender

when I came to the blue bruises

that freckle her body,

places where she has been injecting insulin

for thirty years. I soaped her slowly,

she sighed deeply, her eyes closed.

It seems it has always

been like this: the two of us

in this sunless room,

the splashing of the bathwater.


In the afternoons

when she has rested,

she prepares our ritual of tea and rice,

garnished with a shred of gingered fish,

a slice of pickled turnip,

a token for my white body.

We eat in the familiar silence.

She knows I am not to be trusted,

even now planning my escape.

As I toast to her health

with the tea she has poured,

a thousand cranes curtain the window,

fly up in a sudden breeze.


from Cathy Song, Picture Bride, Yale University Press, 1983.



댓글(1)

  • 하하
    2019.06.19 20:51

    매번 멋진 시와 그 작가에 대해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필님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글을 볼 수 있겠나, 싶어요. 좋은 글과 그림에 감사하며 다음 연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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