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 by 윤
- 글 다락: 사고(思考)뭉치
- 2019. 8. 27. 16:36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을 밟은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입니다.”
RBG 대법관의 묵직한 대사를 시작으로 영화는 그녀의 일대기와 어떻게 그녀가 많은 사람들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 포스터와 RBG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통해 내용이 꽤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다. 성차별이 합법이었던 그 당시 시대배경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여성 변호사의 투쟁 과정을 내밀하게 다룰 것이라고 짐작했었지만 영화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대중들이 RBG를 존경하고 RBG를 향해 환호하는 장면과 RBG의 이미지를 담은 굿즈, 힙합노래 등 RBG 열풍을 보여주며 투쟁 과정보다는 이룩한 업적과 많은 사람들의 영감이 되고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해서 전체적인 흐름이 무겁지만은 않게 다루었다.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RBG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교육적 차별을 당했던 아버지와 교육에 엄격한 어머니의 관리를 받고 자랐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말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그토록 강인해질 수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숙녀가 되어라 그리고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라.’ RBG는 숙녀가 되어라는 말의 뜻은 자칫 쓸데없는 분노와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말라는 뜻이며 독립적인 사람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서 영원히 행복해지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자립 능력을 키우라는 뜻이라며 덧붙여 설명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남성들이 똑똑한 여성을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인다는 이유로 많은 이지적인 여성들이 자신의 총명함을 숨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본인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도서관 출입 제한을 받기도 하고 법조인들은 여성 영입을 꺼려한다는 이유로 취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들려주며 그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수모들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졸업 이후 취업하기까지 어려움을 겪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여성 최초로 종신교수로 재직을 하며 ‘여성과 법’을 주제로 한 강의를 개설하고, 여성권익프로젝트를 공동창립하며 꾸준히 여성인권을 위한 활동을 참여하다가 1993년에는 빌 클린턴 정권 때에 연방대법원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대법관으로서 법을 개선할 소송을 주로 맡으며 여성차별뿐만 아니라 온갖 차별에 반대하며 소수 의견을 말하는 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대법관으로서의 삶 외에 그녀의 인간관계도 보여주었다. 법정에서 견해가 달랐던 보수파 대법관 스캘리아와는 사석에서 매우 가까운 친구로 지내며 내성적으로 비춰지던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했다. 또한, RBG가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배우자 마틴 긴즈버그의 역할도 꽤 비중 있게 다룬다. 과묵한 RBG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마틴은 세법 전문 변호사이자 가정에서 요리와 예능인 역할을 맡으며 그녀가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의 암을 극복하고 은퇴설과 진보 진영의 퇴임 요구에도 “저는 힘닿는 데까지 계속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물러날 때가 된 것이죠.”라고 말하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우리 사회에도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한 여성들도 많이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격려와 영감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 앞으로도 이런 스토리가 많아지기를 기대하게 되는 영화였다.
illust by yoon
http://sagomungchi.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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