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하>,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는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 by지혜

    영화 <프란시스 하>의 제목 중 ‘하’라는 음절이 내게 처음 준 첫인상은, 참 밝았다. 그 밝음의 이미지와 영화 포스터에서의 역동적인 주인공 프란시스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면서, 좋은 느낌이 내게 전달되는 것 같기도 했다. 의외로 영화는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럼에도 엔딩은 행복하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영화가 전개됐던 내용보다 더 지극히 현실적이고 덤덤해서 의외이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상황이나 성격이 나와 하나하나 공감이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영화 <프란시스 하>의 주인공 프란시스가 바로 그랬다. 그가 정말 잘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의 거리는 너무 가까웠지만, 동시에 너무 멀기도 했다.


    프란시스는 몇 년 동안 무용단에 소속되어 있어도 공연에서는 늘 단역 혹은 대타 무용수로밖에 활동을 못 한다. 크리스마스 공연이 있던 날, 코치는 그녀를 무대에 세워주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고, 점점 나이는 들어간다. 프란시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코치는 미안함 때문에 무용극단 내 일자리를 제안한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무용수에서 무용극단의 직원이 된 프란시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무용과는 점점 멀어진다.


    왜 힘든 일은 늘 한꺼번에 휘몰아치는 걸까? 프란시스와 함께 살며 가장 사랑하던 친구 소피는 그가 평소 반대하던 이상한 남자와 결혼하면서 프란시스와 멀어지게 된다. 꿈도 친구도 잃어 우울한 프란시스. 그러나 특유의 유쾌함과 쾌활함을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 같은 프란시스는 우울함마저도 흑백영화를 뚫고 나올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다행히 프란시스에게 좋은 일도 함께 왔다. 마음이 맞는 재미있는 친구를 새롭게 만나고, 무용수였던 시절보다 극단에서 일하는 것을 더 인정받게 된다. 이상한 놈과 결혼했던 소피와는 다시 가까워지고, 삶은 안정적인 궤도에 탑승한다. 근데, 안정적인 것이 행복한 것일까? 가끔 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거기 당신,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을 위에서 보면서 즐기는 것 아니냐고, 진지하게 묻고 싶다.


    결국 한 해가 지나고 무용수로 다시 활동할지 아니면 극단 직원으로 남을지 결정해야 할 때 프란시스는 결국 극단 직원으로 남기를 택한다. 그날, 프란시스는 계약을 하고 나와 어느 분수대 앞에서 혼자 격렬하게 춤을 춘다.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슬퍼 보이지도 않은 춤. 그냥 ‘열심히’ 추는 춤. 그 모습이 바로 영화 포스터였다.


    아무튼 삶이란 여우불처럼 얄궂은 장난이다. 하고 싶은 것을 잘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설상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먹고사는 것까지 이어지는 것이 참 힘든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미련이라도 없게,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거리감이 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작아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최소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복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찌 됐건 삶은 계속된다.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구는 너무나도 둥글어서 그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라는 말을 자주 쓰고 좋아한다. 위로가 된달까?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닐지라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되새긴다. 그 뒤에 어떤 말을 이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체통에 꽂힌 프란시스의 풀네임 중에서 ‘프란시스 하’만 보이는 것처럼, 프란시스가 무용단원의 직원으로 남기로 한 날 무아지경으로 추던 그 춤처럼, 휘적휘적 당당한 발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던 프란시스의 걸음처럼,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illust by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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