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불완전함에 대한 이야기, <우리의 20세기> by 윤

    산타바바라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도로시아는 사춘기 아들인 제이미를 혼자 키우며 지낸다. 도로시아는 쉐어하우스 메이트들과 사생활을 공유하기도 하고, 이웃 사람들을 초대해 조촐한 파티를 열어 소통을 이어가는 등의 외향적이고 관계지향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외부인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다정하며 누군가와 관계 맺는 데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한 도로시아가, 유독 자신의 아들인 제이미에 대해서만큼은 그렇지 못한 듯 보인다. 원만한 소통이 어려워 보이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70년대의 미국이다. 그 시기 미국에서는 ‘제2물결 페미니즘’이 붐이었고, 억압된 여성의 삶은 여성들의 각성에 의해 조금씩 그 단단했던 틀이 균열을 일으키는 시기였다. 그 움직임 속에서 여성 개개인은 제각각의 삶 속에서 제2의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도로시아의 경우도 그랬다. 고정된 성역할이 오래도록 규범화되고 강요되던 사회 내에서 도로시아는 혼자 아들을 키우는 상황이었다. 아들인 제이미가 남자답게 자라지 못할까봐 걱정스러웠던 도로시아는 제이미의 롤모델이 될 법한 남자 어른을 늘 그의 곁에 두려고 했다. 또 아들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축소시키거나 아들과의 소통을 회피하기도 했다. 제이미는 그런 엄마에 대해 불평하며 엄마와 진솔한 대화를 하려고 시도해보지만, 그럴 때마다 도로시아는 오히려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엄마의 권위를 내세우곤 했다. 둘 사이의 대화는 늘 어김없이 대화의 꼴을 빗겨나갔다.

    도로시아는 제이미를 ‘좋은 남자’로 키우기 위해 메이트인 애비와, 제이미의 어릴적 절친이었던 줄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애비가 제이미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알려주고 고정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면, 줄리는 역할극을 통해 제이미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도왔다. 하지만 애비와 줄리가 제이미를 돕는 방식에도 그들의 상처와 불완전함이 묻어있었다. 애비는 자궁경부 무력증을 앓고 있었으며, 줄리는 재혼한 가정에서 소외되고 자기파괴적인 습관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이미는 애비, 줄리와 소통하며 자신의 방향을 찾아나가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제이미의 성장과정과 함께 그의 엄마인 도로시아의 성장통 역시 보여주고 있었다. 도로시아는 자신의 보수적 성 관념에 대해 애비를 통해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을 겪어냈으며, 또 자신의 치부와도 같았던 이혼이야기를 마침내 스스로 풀어내거나,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내기도 하며,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찾아나가거나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기도 했다.

    한편 제이미는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던 줄리와 함께 집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줄리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해만 더 크게 쌓게 된 채 혼자 도망치고 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도로시아는 도망친 제이미를 찾아, 그제야 비로소 그와 진솔한 소통을 하기에 이른다. 엄마의 솔직한 감정을 처음 알게 되고 이제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 것처럼 느끼게 된 제이미는, 엄마와 새로운 관계 맺기에 접어들었음을 느낀다. 혼자 아들을 키우는 것이 무척이나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다는 걸 도로시아가 인정하게 되고 그것을 아들에게 털어놓게 된 것, 그렇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모든 소통은 바로 그 지점, 즉 저마다의 불완전함과 취약함을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영화는 영화 속 저마다의 인물이 각자의 삶에서 성장통을 겪는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사춘기를 겪는 제이미와 줄리뿐만 아니라 애비와 도로시아, 그리고 윌리엄까지. 각자의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각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는 모양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가 다 자기만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해준 영화.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예외 없이 주어진 어려움들을 견디거나 이기는, 각자의 방식이 있다는 걸 존중하고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타인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만이 원하는 방향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타인들의 완전한 이상이나 요구에서 해방되는 것 말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각자의 삶을 향유하거나 책임지는 건 우리 각자에게 달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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