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젊을 때를 떠올려본 하루+ 꼬맹이의 어느 날들 by 유영순

 

by soon


<나의 젊을 때를 떠올려본 하루>  유영순

 

서울에서 마산으로 내려오는 열차에서의 추억여행

코로나로 인해 조금은 한산해진 열차

내 옆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문득 앞자리 젊은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연인인지 부부인지 손을 만지고 뺨을 부비고 화장실도 따라가준다

 

젊을 때를 생각해본다

우린 겉옷으로 팔을 덮어두고 손을 잡곤 했었지

이들도 한 명이 윗도리를 벗어 덮어준다

이 나이에 부럽기도 하고 보기도 좋다

 

남진과 윤복희가 사랑하므로 헤어진다고 했을 때

우리도 사랑하니 헤어져야겠다고 다투다가

영도 태종대로 향하던 버스에서 말도 없이 급히 내려버렸다

 

그땐 자가용도 휴대폰도 아니 가정집 전화도 귀하던 시절

내가 내린 정류장으로 뛰어오는 모습 봤을 때

쌤통이라고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197910월의 어느 날

부산에서 진주 가는 시외버스 안 옆자리 사람

비슷한 나이대였다 부산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일을 마치고 다시 부산에서 만나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였고

난 오늘 우연히 만난 것처럼 인연이 있다며 또 만나게 될 것이라고 거절했고

그 사람은 우리는 인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했다

그땐 옆자리의 사람과 지루함으로 넘길 겸 시국에 대해 대화를 하곤 했다

(지금은 우리 때를 이야기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지)

 

또 다른 사람은 시외버스에서 잠이 들었던 우리 조카를 집까지 업어다주었다

역시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었지

그때 난 상대를 보는 눈이 눈썹 위에 붙어있었다

 

혼자 머릿속에 저장된 영상을 돌려보며 다시 한 번 웃음 지어본다

한때 콧대가 높고 눈이 높은 적도,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던 나였다고

헌데 우리 남편은

작고 못나고 성질이 못돼서 데이트 신청하는 사람도 없었을 거라고

자기가 구세주라고 한다

 

차 안은 이렇게 훈훈한데 창밖은 거의 마지막이라는 장맛비가 발악을 하며 내리고 있다

 

 

by soon

 

<꼬맹이의 어느 날들>  유영순

 

, 2 올라간 3월 초 어느 날

? 편지가 왔네

누구지?

모르는 주소에 이름은 없기에

궁금증으로 얼른 뜯어보았다

소녀야- 로 시작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편지를 쓴다

먼저 퀴즈 당첨된 걸 축하하며 친구로 사귀자 하네

얼른 서점에 가서 여학생잡지를 사고

내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기쁨과 고마움으로 답장을 보내고

 

이틀이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편지가 온다

주로 친구하자며

50년도 훨씬 전인 그때는 이성 친구는 물론

해가 져서 나가도 안 된다 편지가 와서도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가 많았던 시절

집에는 학교 친구라고 거짓말을 하고

학교에서는 만났으면 됐지 무슨 할 말이 남았다고

집으로까지 편지하냐며 아버지 한 말씀 하신다

그때

어느 남자 대학생

x다닌다던 이름도 촌스럽던

재미있는 말들과 또 유식한 문장으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던 그런 사람

헌데 그땐 상상도 못할 이상한 말을 한다

몸과 마음 잘 지키고 있다가 좋은 밭에 좋은 씨앗 뿌리고 싶단다 그때까지 잘 지키라고-

어머나, 무슨 그런 말을?

나는 놀라고 놀라 절교를 뜻하는 빨간펜으로 편지를 보내고 끝냈다

 

양다리도 아닌 문어발 경영으로 헷갈리면 안 되겠지?

편지 내용이 겹쳐서도 안 되겠지?

지금 나의 24시간은 하는 일이 똑같은데

그땐 골치깨나 아팠었다.

 

3년 정도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

서울 사는 서연. 나보다 4살 많은 사람

그는 서울의 직장자리를 알아봐주겠다며 이력서를 보내달라 했고

책이며 앨범이며 선물도 주고 나도 그를 위해 밤을 새며 머플러를 떠서 선물했다

어느 날 밤

군인 아저씨가 우리집 앞에 서있다.

첫 휴가를 와서 친구와 함께 제일 먼저 나를 찾아왔단다

숙소를 안내해주고 어떡하지 어떡하지를 되뇌다 날이 새고 말았고

어떤 특별한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휴가 때 친구랑 또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언니한테 직장으로 거짓 전화해줄 것을 부탁했었다

 

유양

놀라지 말고 내 말 들어...

어머니께서 병원 응급실 가셨다 하네 빨리 가봐

? 어머나 어떡해-

고맙습니다 가보겠습니다.

 

눈치 채지 못하게 연기 잘했나?

 

우린 만나서 패티김의 이별을 듣고

바닷가 횟집도 가고 또 용두산 가면 헤어진다고 해서 건너뛰고

 

19741229

우린 부산진 역 앞 다방에서 만났었다

이젠 정말 긴 이별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군에 있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건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리 지금은 헤어지고 몇 년 후에라도 이런 감정이면 다시 만나자

5년 후 19791229일 서울 중앙청 구내다방 앞 오후 5

 

시간은 흘러 그날이 왔지만 난 나가지 않았었고 그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난 그때 청춘 사업한다고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내 주변 정리도 깨끗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1987년 인천에서의 생활

어느 날 전화번호부에서 서서연을 찾아보았다

그대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과거를 생각한다 했던가?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전화번호부도 없고 휴대폰 번호도 모르고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진료를 가는 날이면

아직도 가까운 이 동네에 살고 있으려나?

그도 그때의 기억들을 나만큼 기억하려나

궁금하다

 

 

 

└ 그땐 그랬지 by 정수

  

    나도 중학생 때 잡지에 이름이 실려서 펜팔을 한 적이 있다.

 

    첫 편지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창 인기 있던 홍콩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이 새겨진 편지지, 그 위에 나는 18살이고 민이라고 해라는 인사로 시작되던 편지. 답장을 했던가 안했던가. 카카오 톡이 생기기 전까지 나는 틈만 나면 쪽지나 편지를 자주 쓰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특별한 날 가벼운 문장 정도 쓰는 게 다인 것 같다. 엄마의 글을 읽다 보니 문득 그날들이 그리워졌다.

 

    엄마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엔 엄마와 별로 대화를 하지 않기도 했지만, 첫사랑 이야기를 물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엄마는 술도 안 마시고 반항도 하지 않고 연애 같은 건 관심도 없었을 것 같았다.

 

    내가 남자애들을 만나고 펜팔 할 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항상 사고 치는 나를 보고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엄마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을까? 그러기엔 난 너무 사고를 많이 쳤던가?

    엄마의 다른 글 중에 왜 이제야 딸들이 좋을까라는 언급이 담긴 글이 있다. 그 문장이 참 엄마답고 솔직해서 좋았다. 맞다. 그때 나도 알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안 좋아하는 걸. 그리고 서운하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 가족은 그랬다.

 

    엄마는 항상 자신은 작고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엄마는 짙은 이목구비를 가진 미인이다. 나는 동생은 엄마 닮아서 이쁜데 나만 못생겼다고 자주 속상해하곤 했고, 엄마는 그때마다 미안해했던 것 같다. 콧대 높은 소녀인 적이 있었던 엄마는 항상 스스로를 비웃기도 하고 비하하기도 한다. 그것이 지금 엄마가 덜 상처받기 위한 최선의 방어책인 것 같다. 역시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할머니는 엄마를 처음 봤을 때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어서 그렇게 덩치가 작은 줄 몰랐다고, 사기 당했다는 말을 하시곤 했다. 아빠는 엄마한테 똑똑하지 않다고 말하곤 했다. 엄마도 항상 자신을 바보 같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보기에 조금 엉뚱하지만 똑똑한 사람일 뿐인데. 그동안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가스라이팅이 있었던 것일까.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지켜야 할 건 많았고 엄마는 그걸 지키는 게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항상 기준에 못 미치고 모자라다고 믿어버린 건 아닐까.

 

    문득 궁금하다. 엄마는 왜 아빠와 선을 보고 결혼을 했을까. 엄마가 연애결혼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겠지만, 그랬다면 엄마는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그런데, 완전히 다른 세대 사람이라고 생각한 엄마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다니. 이제 나도 과거에 더 가까운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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