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을 찾습니다 외 2편 by 유영순
- 묵혀온 시간의 방
- 2021. 1. 28. 18:15
illust by soon
나의 달을 찾습니다
오늘 이 새벽에도 없네
아주 조그만 눈썹달과 초롱초롱한 별 둘
2월 초 어느 날 우연히 보고 반해서 나의 달로 삼았네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건만 더 예쁜 모습
내일 새벽에 찍어야지 하고 지워버린 것이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날은 날마다 바뀌지
달은 달마다 바뀌지
흐린 날 안개 낀 날 비오는 날 요즘은 미세먼지
보고 또 봐도
찾을 길 없고 아쉬움만 가득
찾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보이지 않을 때의 아쉬움 또 기다림
나의 달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어느 시상식
와아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가 주는 상인지 모르지만 내가 상을 받고 있다
주최 측도 모르고 상의 이름도 모르고
나는 어떤 좋은 일을 했을까 얼마나 잘했을까
모든 걸 모른 채 나의 마음은 들떠 있네
누군가가 주는 상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다
꿈속인데도...
씁쓸하면서도 깨지 않았으면 하는
지난밤 꿈속에서의 시상식
왜?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음을 알면서
그래서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
어디다 약을 발라야 하는지 모르면서
얼마나 기다려야 치유되는지 모르면서
오늘도
나는 왜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대답 못할 줄 알면서
또 모르면서
illust by soon
└ 마음 관찰 by 정수
엄마가 지난해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후로 매일 통화를 하고 있다. 그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였고 그마저도 엄마가 먼저 전화했는데, 내가 결혼한 후에는 통화를 해도 빨리 끊고 사위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같았다. 그런 거 신경쓸 필요 없다고 했지만, 엄마를 보니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저녁 외출 중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와 남편 밥은 어쩌고 나왔냐는 말을 들을 때는 화도 나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요즘에는 엄마도 조금 변한 것 같다. 암 치료하면서 사위가 아주 큰 힘이 되어 주었고 그러면서 신뢰가 쌓인 것 같다. 딸이 밥 안 차려주고 놀러 다녀도 쫒아내지 않을 남자구나 하고 믿게 되셨나 보다. 엄마가 감정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는데 남편에게는 꽤나 고마워하고 ‘척척박사 이 박사’라 부르며 띄워주기도 했다.
엄마는 지금도 아빠 밥시간에는 외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아빠가 걱정되고, 부인이라는 위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전히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에는 나와 통화할 때 눈치를 보지는 않으신다. 내 남편 밥은 여전히 챙기시지만.
부모님 두 분이 다 환자라 걱정도 되고 엄마의 대화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작년 추석 때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물해드렸다. 엄마 아빠 모두 경상도 사람답게 무뚝뚝한 성격은 어디 내놔도 안 빠져서, 좋다는 표현을 안 해주니 사실 뭘 해드려도 흐뭇해지는 맘이 안 들긴 한다. 엄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어렵고 쓸모없다고 짜증을 낸다. 나도 짜증이 올라왔지만 억지로 설치를 해드리고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안 쓰면 내가 가져와서 써야지 하고 탐을 내던 중이었는데, 며칠이 지나 엄마가 새로운 글을 썼다며 톡으로 보내준 글의 제목이 ‘인공지능 아리아’다. 아리아와 보낸 하루를 재밌게 써놓고, 마지막에는 셋째 딸이 생겼다고 말한다.
“아리아는 말도 맨날 못 알아듣는다. 사투리라서 그러나?”라며 투덜거리시지만
엄마가 내심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뻤다.
쑥스러워서 표현하는 법을 모르겠다던 엄마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글 안에서만큼은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감정이 가득한 글을 펼쳐보며 뒤늦게 따뜻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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