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파이어족이 온다> 그 이전에 시오랑이 있었다(?!)

 (남다른 검소함을 지닌 독자님이라면 이번 글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탈고하고 나니 정말 별것도 아닌 걸 길게도 써놨다 싶고 영 쑥스럽네요;;;)


 2021년 대한민국의 본질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기조에서 돈은 참 많은 것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다 많은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쪽에 속하기를 희망합니다. 부자인지 아닌지는 기본적으로 중산층에 속하는지의 여부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작년 초 <매일경제>의 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OECD 기준으로 제안하는 한국 중산층 소득은 월 1148500~3445500, 실제 국민들이 인식하는 중산층의 소득수준은 세후 기준으로 월 소득 500만원 이상 600만원 이하라고 합니다. 이 중 어떤 수치가 더 정확하다고 느껴지시나요? 솔직히 중산층이고 나발이고, 그저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부를 축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뭐든 간절히 바라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는 말을 믿고(여러분, 보이시나요? 진지합니다)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확보되어야 여성정책 추진에 힘쓰는 국회의원이나 유기묘/유기견 보호소도 후원하며 살 수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투잡, 쓰리잡을 뛰며 억척스레 경제활동을 하는 건 아니고, 최근에는 부자는 나갈 돈을 최대한 늦게 내보낸다는 시쳇말에 솔깃해서 직접 실행해봤지만 몇 번인가 공과금 납부를 그런 식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그만 연체료까지 낸 뒤로는 , 이건 나한테 안 맞는구나하고 포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수입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고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서라서 마음의 고삐를 늦추기 힘든 것도 있고요.

 

보통은 스스로에게 박한 점수를 주는 편이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결코 돈을 허투루 쓰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흠흠). 부친의 지병으로 인해 낭비가 없어야 했던 성장환경과, 모친의 매우 샤프한 금전감각을 물려받아 기본적으로 냉/난방에 인색한 편이에요(덕분에 겨울이면 난방 인심이 후한 곳에서는 종종 볼이 발그레해져서는 나 난방 잘 안 하고 산다며 얼굴로 광고를 하곤 합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생활용품을 미리 적어놓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편이고, 가전제품은 전원을 끔과 동시에 코드를 뽑아두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성인이 돼서도 결혼 전까지 현금박치기와 체크카드 말고는 지출 수단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결혼 후에야 신용카드를 만들었는데, ‘이래도 되나싶은 조바심에 한동안 시달렸던 기억이 선하네요.

 

수입의 대부분은 저금하고, 거의 취미처럼 저금을 즐기는 편입니다. 고정지출 항목 중에서 지난달보다 덜 쓴 항목을 전월 대비 절약금이라고 이름 짓고 매달 모으는 재미도 나름 쏠쏠합니다. 몇 개의 통장을 쓰임새 별로 지정해놓고 매달 순환하며 그 달의 잔액을 따로 모으다 보니 푼돈이 시간에 비례해 점점 몸집을 더해가는 것을 볼 수 있고요. 미지의 대상이 나타날 때면 늘 가장 먼저 찾는, 제 친구라고 할 만한 으로 돈 공부도 했습니다. <4개의 통장>, <보도 섀퍼의 돈>,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등을 읽으며 기본기를 익혔고, <하와이로 간 젊은 부자 성공비밀 38>를 통해 조기은퇴의 개념을 접했습니다. 최근에는 <오늘부터 돈독하게>로 파이프라인의 중요성을 배웠고요. 솔직히 어떤 책은 제가 실천하고 있는 절약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을 나열해놓는 경우도 있어서, ‘이 정도로 책을 낸단 말이야?’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고수를 만났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 있어 함께 나눠보려고 해요.

 

<파이어족이 온다>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어로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30대 말이나 40대 초에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실천하며 사는 미국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간 읽었던 책들이 단순히 경제적으로 여유를 얻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조기은퇴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경제적 자유에 대해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자아실현이니 흥미와 적성의 완성이니 하며 신성시해도 어쨌든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본문의 대전제는, ‘평생직장이라는 무거운 개념에 압도되어 전직을 거듭하며 방황했던 과거의 제게 위안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자에 의하면 1년 동안 발생하는 생활비 지출의 25배를 저축하면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돈이 생기면 투자상품으로 굴려 수익률이 평균 5%(인플레이션 포함)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매년 4%를 인출하며 평생 투자수익만으로 살 수 있다고 하네요. 또 다른 계산법으로, 급여소득 중 60%를 저축한다면 10년 안에 은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야기. 한국의 현실에 맞게 K-패치를 장착해본다면, 일단 10억은 있어야 은퇴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 종자돈 1억을 모으게 되면 돈이 돈을 버는 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하므로 부를 축적하는 기간은 점점 단축된다는 것이 한국형 파이어족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가들의 설명이고요. 그저 큰 숫자의 나열이라 금방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사치스럽게 굴지 않을 중간 지점을 찾는 것, 그리고 버는 것보다 적게 쓰고 남은 돈을 투자하며 빚을 피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6개월뿐이라는 가정 하에 하고 싶은 일, 향후 5년 동안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인 것 같아요. 일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뒤, 파이어로 가는 7단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가진 것을 계산하라

2. 저축액과 지출액을 확인하라

3. 일일 지출비용을 줄여라

4. 주택, 자동차, 식비, 큰 세 가지를 줄여라

5. 저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6. 소득을 늘려라

7. 파이어 공동체를 찾아라

 

당장 파이어족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더라도, 일단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현실인식을 가져올 수 있는 7단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인식을 환기시키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져야겠다 싶기도 해요.

 

  작년 초 시작된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전 세계적 아비규환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IMF때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소수의 사례를 학습한 이들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로 결심하고 주식판에 뛰어들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대국민 주식 광풍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유동성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돈을 번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상당합니다. 저는 남편을 조기 은퇴시키겠다는 크나큰 목표를 세우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어요. 본문에서도 주식은 소득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되기도 했고, 최근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수익률이 높은 쪽은 남자보다 여자라고 하니(기사 제목이 너무나 찰져서 꼭 인용하고 싶네요. “3040 우먼버핏 수익률 26%... 단타 친 남성들은 4%”) 많은 자매님들이 한탕주의가 아닌 건설적 재테크의 일환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배움이 부족한 이들의 돈을 휩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경제적 자유를 이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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