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집에 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집에 간 게 2019년 12월이었으니까 집에 못간 지 1년하고 6개월이 지났다.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 오래 갈 줄은 알았지만 막상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쌓여있던 그리움이 폭발했다. 장거리 여행보다 집 근처를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많은 장소보다 풀밭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 생활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나라와 모국을 비교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날들이 길어지다 보니 정신 줄을 부여잡고 생활하는 게 너무 힘들어 여기서의 모든 것들 다 정리해버리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 생각하는 매일이 계속되었다.

    이곳 상황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가 매일 나왔다. 이 나라 분위기치고 직설적이고 사실 그대로를 방송하다니 어쩌면 사태가 빨리 진정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렇게 달이 지났다. 보도만 계속될 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렇다 할 방침도 없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분위기가 암암리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자 갑자기 여행을 하라고 나라에서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괜찮은가 보여기곤, 공짜 돈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라여행을 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당연했다. 감염자가 미친 듯이 증가했다. 감염자가 없던 지역과 적은 지역도 영향을 받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가게를 닫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저, ‘돌아다니지 말라는 게 내가 사는 나라에서 내린 유일한 지시였다. 이번 달 들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맞을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은 길어지, 이곳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이 이어졌다.


    사람은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지기 시작한다고 자조하며 지금 내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지내려고 하는데, 목숨이 걸린 일에는 절대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내 나라와 내가 좋아서 온 나라를 비교하게 된 순간, 하기 싫은 싸움이 시작된다. 더 실망하기 싫은 마음과 그래도 아직은 여기 있고 싶다는 마음의 싸움.


    방 안을 돌아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내가 가지고 온 짐은 물론이고 새로 들인 가구와 나의 동선에 맞춘 물건의 위치, 매일 사용하는 주방 도구들과 사용하는 물품이 정해진 생필품이 늘어났다.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노동법이며 생활 보장 제도며 아무것도 모르고 건너와 그저 일할 수 있음, 이곳에서 지낼 수 있음에 만족하며 온갖 고생과 불의를 참으며 지내온 약 3년의 시간. 그때와 비교하기에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태어나 쭉 살고 있는 사람만큼 통달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그것을 핑계로 더 여기 있고 싶다는 나 또한 존재한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겪게 될 고생과 얻게 될 외로움은 이미 몇 번의 경험으로 익숙해진 상태였는데 굉장히 사소한 것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신칸센을 타고 본가에 갔다 왔다는 친구의 말이, 산책하다 발견한 어느 집 거실에 앉아있는 가족의 모습. 같이 장을 보고 있는 모녀, 카페에서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노부부. 주말에 딸과 쇼핑을 다녀왔다는 지인의 말, 내 가족과의 카톡 대화방에서 나만 다른 곳에 있다는 현실감.


    그래서 자주 걸었다. 그리고 많은 잠을 잤다. 산책을 나가면 시각적으로 많은 자극을 받으므로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있었. 잠을 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깨어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운동도 했다. 운동을 하며 밀려오는 아픔에 집중하며 현실을 잊었고, 요리도 매일매일 반복하며 먹는 것에 집중해 괴로운 시간을 잊으려 노력했다. 어느 날은 갑자기 머리를 염색하기도 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엽서를 보내기도 했다.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해서 중고매장에 팔아보기도 하고, 헌책방에 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사 모으기도 했다. 모든 게 발악 같은 것이었지만 몇 개월의 시간을 그렇게 버텨냈다.


    아마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 중에는 그럼 귀국하지 왜 아직까지 거기에 있냐고 묻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말을 가볍게 던졌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그게 얼마나 무례한 질문이고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안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고 걸어온 인생이 있으며 해야만 했던 선택과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타지에 있고 그렇기에 귀국이란 선택지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3년을 채우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의 경우 여기에 와서 많은 개고생을 했지만 이 나라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고 싶을 정도로 (아직은) 싫지 않다. 그리고 여태까지 개고생만 했던 것이 아깝다. 또한 살 만해졌. 경제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체험하고 겪으며 얻은 생활 잔머리, 꿀팁 등 몸소 체험했기에 습득한 지혜가 많아져 덜 긴장하고 덜 힘들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뜻한다.


    이제 곧 7월이 되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올해도 많이 덥고 숨이 막히고 짜증도 많이 나고 물도 많이 마시겠지. 찬물 샤워는 매일 지속될 것이며 쌀을 씹는 만큼 소면도 많이 먹을 것이다. 에어컨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손에서는 부채가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고, 피부는 뒤집어져서 거울을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버텨보려 한다. 그 버팀이 나의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그래서 더 이상의 미련도 후회도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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