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메리 루에플

행복



엄마가 죽은 뒤

나는 다락방에서 엄마가 인형을

갖고 노는 소리를 들었어

내 눈에는 모든 게 환히 보였거든

공기처럼 거품처럼

정말 멋진 일이었어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바닥을 닦고 왁스 칠도 했지 뭐야!

반짝반짝 빛이 날 때 한밤에

스케이트를 탔어

그곳에 있으면 행복했어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달빛 아래 스케이트를 타고 있으면

나는 문득 기분이 좋아져

달님에게 줄 옷을 바느질하기 시작했어

처음엔 애벌레에게 입힐 세례복 같은

자그마한 것이었지만

엄마가 그 옷들을 사 주셨지!

날 보고 엄마는 행복해했어, 행복해서

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별 상관없었어

앞서 나갈 생각은 통 못하는

늘 시무룩하고 조용한 아이였으니

지금 난 행복해 아주 행복해



(이필 譯)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밤을 잊은 애벌레는 고독의 넓이를 지녔습니다. 소녀는 다락방에서 인형을 갖고 놀고 있습니다. 더는 놀아줄 수 없는 엄마가 유령처럼 시간을 거슬러 돌아옵니다. 한밤에 스케이트를 타며 소녀는 달빛의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밤은 무의식이 지배하는 시간. 애벌레는 우화의 시간으로 미끄러져 갑니다. 옷은 자아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스스로 옷을 바느질하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와 그녀의 다양한 옷들을 모두 수용해 주는 성숙한 여성. 그들은 한 여성이 성장해가는 자아의 두 얼굴입니다. 성장은 모성의 공백을 메우고 상징적 재탄생을 체험합니다. 그것은 내면 깊숙이 감춰 둔 슬픔의 근원입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약속한 적 없지만 지상에서 잡을 수 없는 두 여성의 손이 거기에서 말없이 포개어집니다. 애벌레가 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글/그림 이필)


메리 루에플

시인이자 수필가. 1952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과 유럽을 떠돌며 성장했다. 1974년 베닝턴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시집으로 《나의 사유재산My Private Property》, 《한 줄기 바람의 최면술Trances of the Blast》 등이 있다.



Happy


by Mary Ruefle


After my mother died

I could hear her in the attic

playing with dolls.

I could see through things, like air

and scum.

It was wonderful―

I got to clean the earth

on my hands and knees, I got to wax it!

When it was shiny, I went ice-skating

in the middle of the night.

I was happy out there

skating under the moon

with no one else around.

I felt so happy I started sewing

clothes for the moon.

Tiny things at first,

like christening gowns for caterpillars.

And my mother bought them!

She was so happy to see me so happy

it hardly mattered we had never

spoke much on Earth.

I’d always been one of those morose, silent

types, who couldn’t conceive of getting ahead.

And now I’m happy. I’m so happy.


From Mary Ruefle, 《Trances of the Blast》, Wave Book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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