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을 보았다. 처음 보는 사이트였고, 처음 보는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와 있었다. 카테고리를 선택하여 하나하나 올라온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하나둘씩 인사를 나누는 기분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어떤 교감이나 공감대를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나에게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때마침 웹진 은 일정 기간 동안 원고 투고를 받고 있었고, 나는 최대한 빠르게 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어떻게 쓸 것인지, 이것으로 하여금 내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인지. 그것의 대답을 내놓는 일은 의외로 쉬웠다. 나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비정상’ 가족에 대해 쓰고 싶었고, 우리가 겪은 일이지만 타인 또한 겪을 수 있는,..
나는 자전거를 아주 잘 탄다. 어릴 때부터 두발자전거를 타고 양손을 높게 들어 만세 포즈를 취한 상태로 동네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경험들이 모두 자전거 실력에 도움이 되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하던 자전거 코스는 주공 7단지에서 주공 8단지로 내려오는 급경사 길이었다. 높은 곳에서 빠르게 앞으로 돌진해나가다 보면 꼭 내가 허공을 날고 있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후련해지곤 했다. 나는 몇 번이고 다시 그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리길 반복하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무릎이 깨졌지만, 다행히 아직 남아있는 흔적은 없다.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나의 라이딩은 끝이 났다. 아무래도 다른 동에 사는 친구들이 생기니 함께 하교하고, 걷고, 놀기 위해서는 자전거가 없어야 했으니까. 버스를 타고 등하교해야 하는 고등학교를 진학..
“엄마, 어떡해? 나한테 번호 달래.” 여기서 문제. 수자는 어떤 대답을 했을지 고르시오. ⓐ 미안한데 내가 얘 엄마거든요. ⓑ 뭘 줘, 빨리 가자. ⓒ 기타 (이 항목 선택 시 아래 댓글에 자유롭게 생각을 적어 주세요) 지난번 냈던 문제의 선택 항목이다. 의외로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은근슬쩍 물어본 결과(웃음…) ⓑ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그 자리에 있던 나조차 당연히 ‘수자가 이런 걸 받아들일 리 없지…’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런데, 실제 대답은 황당했다. “몇 살인데요?” 수자의 물음에 그 남자는 나이를 이야기했고, (나보다 한 살이 더 많았다) 수자는 홍홍홍(이렇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저 단어 말고는 그 웃음을 표현할 수 ..
나는 화장도 거의 안 하고, 머리도 짧으며, 펑퍼짐한 옷을 주로 입고 다닌다. 집에 있는 옷들은 전부 검정. 분명 다른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나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무난하고 시커먼 옷만 사들이는 버릇이 있다. 살이 쪄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 있으면 살을 빼고 입는 게 아니라, 주변에 사이즈가 맞는 친구나 가족에게 입으라며 주거나 더 큰 사이즈가 구비되어 있는 쇼핑몰을 찾아 다시 옷을 주문한다. 이렇게 살아온 지는 아마 3년 정도 되었을 거다.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만나게 된 것은 작년부터라, 대부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숏컷이었으며 지금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거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는 외관부터 성격까지 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쓰지 않아도 되는 일기는 없을까?”, “왜 나는 일기를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내일이 없는 사람에게 일기가 정말 필요한 걸까?” 등의 생각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끔 했다. 바로, 의 이름으로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 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때라, 나는 프로젝트 하나를 올리기 위해 아주 많은 실패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가 정말 있어야 할까? 타인에게도 유의미할까? 라는 걱정 또한 불어났다. 그러나 그 걱정은 곧 말로 표현 못할 벅참과 묘한 감정으로 내게 돌아왔다. 트위터에서 펀딩을 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었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그간 자신이 겪은 자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