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그 예쁘던 애는 어디 가고

 

 

    나는 화장도 거의 안 하고, 머리도 짧으며, 펑퍼짐한 옷을 주로 입고 다닌다. 집에 있는 옷들은 전부 검정. 분명 다른 티셔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나는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무난하고 시커먼 옷만 사들이는 버릇이 있다. 살이 쪄서 입지 못하게 된 옷이 있으면 살을 빼고 입는 게 아니라, 주변에 사이즈가 맞는 친구나 가족에게 입으라며 주거나 더 큰 사이즈가 구비되어 있는 쇼핑몰을 찾아 다시 옷을 주문한다.

     이렇게 살아온 지는 아마 3년 정도 되었을 거다.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만나게 된 것은 작년부터라, 대부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숏컷이었으며 지금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거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는 외관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상반된 상태로 나는 쭉 살아왔다.

    나는 주로 단발이나 긴 머리였다. 집 앞에 나갈 때도 직경이 14mm나 되는 미용 렌즈를 착용하고 풀메이크업을 해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었으며, 어쩌다 렌즈를 끼지 않거나 화장을 하지 않은 날에는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과 대화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내게는 아주 중요했으며, 사람들의 칭찬이나 욕설은 내게 스스로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판단 내릴 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

 

예전 사진들


    165cm의 키에 51kg.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날씬한, 혹은 마른 편에 속했는데도 당시의 나는 ‘살쪘다’는 것에 굉장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그랬기에 날씬해 보이는 딱 달라붙는 티와 복부를 압박하는 하이웨스트 스키니진을 입고 다녔으며, 크롭티를 입으려고 했을 때 뱃살이 조금이라도 튀어나오면 어떻게 해서든 크롭티를 입기 위해 며칠간 굶는 일이 파다했다. 물론 힘들었다. 다만 힘듦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내게 “날씬하다”거나 “예쁘다”라는 말을 건네던 사람들
덕분이었다.

    아르바이트할 때, 내가 마음에 무척 든다며 번호를 묻던 여러 사람들. 지금이라면 매우 불쾌했을 테지만, 당시에는 전혀 불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뻤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내게는 트로피와 같던 시절이 있었으므로.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나는 수자와 상업지구(유동 인구가 매우 많으며, 술집이 즐비하여 주말이면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대부분 아는 얼굴이거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일 정도로 만남의 광장이라 말해도 거짓 아닐 정도였다.)에서 술을 자주 마셨는데, 그날도 나는 수자와 술을 마시고 술집에서 나와 상업지구를 가로질러 걷는 중이었다. 그때, 어떤 젊은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나를 불렀다. 멈춰 서서 내가 무슨 일이냐 묻자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 친구가 그쪽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번호 좀 주면 안 돼요?”

    황당했다. 딱 봐도 수자와 나는 모녀다웠고, 그런데도 이렇게 번호를 묻는다는 건 정말 예의 없는 거 아닐까… 번호를 먼저 주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자신이 직접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물어본다? 말도 안 됐다. 나는 당황한 눈으로 수자를 쳐다보았고, 부러 큰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어떡해? 나한테 번호 달래.”
    여기서 문제. 수자는 어떤 대답을 했을지 고르시오.

    ⓐ 미안한데 내가 얘 엄마거든요.
    ⓑ 뭘 줘, 빨리 가자.
    ⓒ 기타 (이 항목 선택 시 아래 댓글에 자유롭게 생각을 적어 주세요.)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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