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 by 정수
- 포에틱 페미: 오네긴 시창작 그룹
- 2018. 10. 9. 23:44
점
정수
시야를 가득 채운 여백
그 위를 어슬렁대던 문자들이 점 점 작아지더니 흔적도 없다.
거기에 무언가 있었는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내가 어떤 문장이었던 적은 있을까.
귓바퀴 구석구석을 멤도는 들리지 않는 메아리.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 타고난 천직이다.
나는 거대하다.
네 눈에 온전히 담기엔 한없이 펼쳐진 커다란 여백
네가 찢고 때 묻힌 커다란 흔적은 내 코에 작게 붙어있는 점
애잔하게 안겨 있던 그 점은 점 점 작아지더니 흔적도 없다.
시인 '정수'는,
그림을 그리고 사부작거리며 시도 씁니다.
나를 피폐한 동굴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한 모든 것들.
기다려요.
지금 죽이러 갑니다.
'포에틱 페미: 오네긴 시창작 그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내 운명 / by 단단 (0) | 2018.11.15 |
---|---|
살기 / by 채은 (0) | 2018.11.08 |
자궁에 핀 라플레시아 / by 영미 (0) | 2018.11.01 |
손이 여덟 개인 여신과 나눈 대화 / by 영림 (0) | 2018.10.25 |
모든 숫자는 영으로 수렴된다 / by 은수 (0) | 2018.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