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 by 채은
- 포에틱 페미: 오네긴 시창작 그룹
- 2018. 11. 8. 10:20
살기
나는 내가 여자인 줄 몰랐다
착하게 자라야 한다고 해서
착한 척하는 아이에서 더 못 자랐을 뿐
여자가 나대면 안 돼
적당히 해
여잔 남자를 잘 만나야지
너는 비정상이야
아무 것에도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산 적이 없어서 몰랐지
몇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이 온통
원래 그렇다고? 다 그렇게 산다고?
일반화 하지 마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예민해서 일상생활 가능해?
뭐가 이렇지?
온통 잿더미 속의 나
재를 먹고도
살아남으려면 싸워야겠다
나까지 그렇게 살라고?
치렁치렁 인형 옷을 찢어버릴래
긴 머리털을 다 뽑아버릴래
매끈한 다리를 꺾어버릴래
나는 살기가 필요해
나는 내 살기를 원해
시인 '채은'은
외자 이름 아닙니다.
내 언어를 갖고 싶어 시를 썼습니다.
인생 목표는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
현재는 천방지축 삽니다.
인류애를 잃은 지 오래지만
사실 다 같이 잘 살고 싶은 페미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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