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분치 인생 / by 채은

2인분치 인생



구두 신고 다니던 대장군

고무신 신는 이와 만나

장화 신고 논에 들어가다


하기 싫은 건 손도 대지 않던 대장군

바깥에 나갈 때 허락을 받고 나가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던 대장군

매일 밤 숨어 마시게 되다

손에 물도 안 묻혔던 대장군

여섯 집의 김장과 하루에 열 번 밥상 차리느라

물 마를 새 없어지다


너는 결혼하지 말아라

학교에 가 내 삶도 네 삶도 공부해라


나는 대장군을 찢었다


뒤꿈치부터 머리털 끝까지

 

그녀의 피땀을 먹고 자라

그녀를 증오했다

그보다 더 증오했다

가까운 만큼

눈물지어지는 만큼 더 증오하고

닮을까봐 더 증오했다


혼자 있어도 어깨가 무거웠다

털어내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모른 척한다고 몰라지는 게 아니어서

아직도 왼쪽 어깨에 내 인생 1인분

오른쪽에 대장군 1인분 


한 걸음 내딛기 무섭게

발이 푹 푹

몸이 점점 늘어지고

수면 저 아래로

아래로

사라져

아무 일 없게 되다.




시인 '채은'은 


외자 이름 아닙니다. 

내 언어를 갖고 싶어 시를 썼습니다.

 

인생 목표는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 

현재는 천방지축 삽니다. 


인류애를 잃은 지 오래지만 

사실 다 같이 잘 살고 싶은 페미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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