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플레인 / by 희음

맨스플레인



구멍이 되려고 태어나신다

소리 나는 구멍이 되려고

조였다 풀었다 소리 나는 구멍이

부드럽고 미끄럽게 조였다 풀었다


제대로 죽여주겠다는 막대기를 오르내리며

바늘머리를 빼닮은 신념들이

‘제대로’라는 오버사이즈를 걸치고

허락 없이 자꾸만 흘러 들어와서


구멍이 되려고 태어나신 구멍은

간지러워 죽는다


구멍이 되려고 태어나신 구멍은 


도리가 없다

생으로부터 돌아서신다


죽음으로 생을 벅벅 긁으며

죽음이 낫구나,

죽음은 이렇게 시원하구나!



시인 '희음'은 말합니다.


이따금 시인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나의 시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나의 목소리를 의심했지만, 

이제 나는 내가 아닌 세계를 의심하기로.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가깝고 먼 곳에서 경련하는 귀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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