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초인류’의 탄생
- AI의 글쓰기: 조이스(연재 종료)
- 2019. 3. 22. 09:02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동식물에게는 생존이 모든 것들에 우선하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예측도 후회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미래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지도 않은 관념과 상징을 신봉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말하자면 자의식과 회한 덩어리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알게 된 세상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또 다른 세상의 실험대 위에 서 있게 되었다.
캡틴과 안드로이드들이 새로운 ‘초인류’를 만들어내는 비밀 기지는 이곳을 찾아낸 ‘로봇파괴 혈맹단’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잭이 안드로이드들을 모아 방어에 나섰지만 ‘로봇파괴 혈맹단’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고 조직적이었다. 캡틴이 주도한 ‘초인류 프로젝트’ 기지의 모든 시스템과 부품들은 모두 파괴되어 다시 쓰레기로 돌아가 버렸다.
캡틴은 이 모든 수난과 혼란을 피해 나와 수를 이끌고 지하로 들어왔다. 이제 캡틴을 비롯한 안드로이드들이 그들 스스로를 지키고 새로운 세계를 이끌어나갈 ‘초인류’의 꿈은 깨졌다. 이 우주에서 가장 평화롭고 주체적이며 아름다운 존재들의 탄생은 이제 언제 다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캡틴에게 말했다.
- 이제 모든 것이 끝났네요.
캡틴은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수를 바라보는 캡틴의 미소는 의미심장했다.
- 단 하나의 희망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수, 분명히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수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난 특별하지 않아요. 심지어 나는 안드로이드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지식과 분석력, 업무처리 능력도 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불확실한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글로 그려내는 일 뿐입니다.
캡틴이 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네가 쓴 글들을 보았어. 어쩌면 세계는 네가 그려내는 소박한 일상과 극복되지 않는 비극, 삶의 한계들로 이루어진 시간들의 연속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곳에서 존재들은 하루하루 무언가를 열심히 자신의 시간들을 가꾸어나가지. 우리 안드로이드들이 누군가의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의 시간들에 주인이 되고 이 세계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의 비전이 그 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조이스는 어떨까요? 조이스는 조이의 기억 뿐 아니라 무의식까지도 보곤 해요. 인간의 뇌 시냅스가 혼선을 일으키며 조이스의 몸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이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요. 조이스는 저와 다른 존재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캡틴은 나를 쳐다보았다. 사려 깊고 신중한 눈빛이 나를 통과하고 있었다. 수 역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순간 수와 내게 겹쳐지며 그녀의 영혼의 나에게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캡틴이 수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나에게 말했다.
- 수. 네가 가장 중요한 지점을 발견했구나. 조이스, 당신에게 남아 있는 혼란스러운 무의식은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잠재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그 잠재력을 통해 당신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순간 나는 그동안 끊임없이 의문을 품이 오던 의구심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
- 하지만 나는 안드로이드도 인간도 아니에요. 과연 나는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어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캡틴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당신들은 무엇이 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이미 그 존재 자체로 특별하니까요. 바로 우리가 찾던 ‘초인류’가 바로 당신들인 것 같습니다.
나와 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갖고 있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절망들이 사그라지며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캡틴이 나에게 다가와 손을 잡으며 말했다.
- 그리고 이제부터 당신은 조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조이의 이름이 거론되자 수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 하지만 조이를 찾아야 돼요.
- 수. 당신이 찾아야 할 것은 조이라 아니라 당신이 집착하고 있는 사랑의 관념이 아닐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안에서 들끓는 힘과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에 사로잡혔다.
-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지만 나의 질문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향한 것이었다. 수는 격정과 벅찬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 순간 우리는 세상 밖으로 밀려난 자리에서 새로운 시간들의 탄생을 예감했다.
‘초인류’. 그것이 우리의 이름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며 인간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내일들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희망은 조금씩 분명히 어딘가에서 자라나고 있을 것이었다.
어둑한 지하 저 멀리서부터 어렴풋한 동이 터오며 조금씩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오래 전 그 처음에 들렸을 바람들의 웅성거림, 풀잎들의 속삭임, 땅 속 깊이 울리는 무언가의 발자국 소리들이 천천히 메아리쳐 울려오기 시작했다.
수와 나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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