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마리아 알바레즈의 <씨네필 Las Cinephilas>: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노년의 삶

 

    2018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우루과이에 사는 노년 여성 삶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은퇴  거의 매일 오후 가까운 동네 영화관을 찾는다. 노르마는  년에 한 번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정도로 열성적인 씨네필이다. 사전에 일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상영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방금  영화를 잊지 않기 위해 영화제 카탈로그에 짧은 후기를 남기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씨네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모습이다. 그의 삶은 앞으로 만날 영화에 대한 설레임 속에 있으며 여전히 역동적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사회에서도 무언갈 사랑하고 설레이는 감정은 주로 젊은 세대의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 의미에서 노르마의 영화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은 노년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들을 자연스럽게 희석시킨다. 결국 무언갈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에 필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이 영화에는 노르마를 포함한 6명의 노년 여성들이 나오는데, 관객들을 가장 즐겁게 한 인물은 루시아였다.

 

그들의 삶을 기록하다

 

    루시아는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다. 일정한 길이를 유지하는 반듯한 앞머리, 동그랗게 말려 올린 머리, 남다른 패션 센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미용실에 간다. 좋고 싫음의 경계가 분명하고 신경질적이, 때 자타를 구분하지 않는 평등한(?) 독설 서슴지 않는. 솔직한 매력을 뿜어내는 그가 말할 때마다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어느 날 그는  남편 사진을 보여주 자신의 화려한 남성 편력(?) 과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제레미 아이언스를 닮은 두번째 남편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 봐도 아주 잘생긴 남자라고 자랑한다. 루시아는 달콤한 회상에 젖은 눈빛으로 사진 속 남자를 지그시 바라본다. 그런 그도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루시아는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한 사람, 혼자됨을 개의치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 말미에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군가 기억해줘야 존재할  , 자신을 기억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젠 자신이 죽어도  영화를 통해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다.. 당신에겐 정말 고맙다.  솔직하게 고마움을 했다. 노르마가 방금 본 영화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듯, 이 영화는 평범한 여성들의 삶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나의 영화 이야기

 

    영화를 사랑하는 6명의 노년 여성들. 그들은 제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보내거나, 지난 삶을 회상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영화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들이 내놓은 대답들 또한 제각각이지만, 그 속에 정답은 없다. 지금의 현실을 잊기 위해서란 말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란 말도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내놓은 답이기 때문이다. 문득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졌다. 나는 왜 영화를 보는가? 나는 왜 영화를 좋아하는가? 이 질문은 곧 내가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 에 대한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하. 그리고 앞으로 연재될 이 에세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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