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마리 하우

결혼



내 남편은 요리 프로와 건물 프로,

디스커버리 채널, 수술 채널을 즐겨 본다.

어젯밤 그는 우리에게 응급실에 실려 온 한 남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남자는 두개골과 뇌가 단검에 관통당한 상태였다.

칼은 빼낸 거야? 우리는 일제히 물었다.

빼냈지. 다행히 남자는 멀쩡했는데 칼날이 정확히 


두 반구 사이로 들어가 절단되진 않았지.

대체 누가 그의 머리에 칼을 찔러 넣은 거야? 그의 부인이.

그 여자 힘 좋네, 누군가 말했다. 다들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필 譯)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있는데 섬뜩하군요. 방심하고 읽다가 우리도 한방 찔린 듯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곧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위급 상황이 유머로 바뀌는 지점에는 듣고 있는 사람들의 선명한 리액션이 있습니다. 마리 하우의 시는 일상생활과 종교를 주된 소재로 다룹니다. 그에게 가족은 은하계의 무수한 별들과 동일합니다. 결과적으로 남자에게는 아무런 신체 훼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남성은 여성 주체를 타 넘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로 쉽게 진입하지 못합니다. 그의 피해자성이 엄살에 불과하다는 걸 들키게 될 테니까요. 사회적 타자로부터 안전한 가부장제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남성이 폭력의 위협에 노출될 일은 거의 전무하니까요. 이 “힘 센 여성A strong woman”은 남편의 머리 한가운데에 칼을 꽂아 넣습니다. 백회百會는 인간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혈穴이라고 하지요. 그의 정신에 일침을 가함으로써 부인의 ‘칼빵’은 어쩌면 백회를 열어주는 수련 의식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모르죠. 이제 남자가 각성하고 ‘새사람’으로 거듭났을지는.


(글/그림 이필)

마리 하우

1950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태어났다.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뉴욕주 계관시인이었다. 신문 기자를 거쳐 매사추세츠에서 고교 영어 교사로 잠시 일한 뒤, 1983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시인 스탠리 쿠니츠Stanley Kunitz와 함께 공부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출간했는데 그중 『막달레나Magdalene』(2017년)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조명한 작품으로 오랜 기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시집 『연중 시기의 왕국The Kingdom of Ordinary Time』 (2009년) 또한 ‘LA 타임즈 도서상’ 최종 후보였다. AIDS 합병증으로 죽은 남동생을 애도하는 『산 자들의 일What the Living Do』(1998년)은 그의 시 쓰기의 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같은 해 1998년에 출간된 『훌륭한 도둑The Good Thief』은 마거릿 앳우드에 의해 ‘전미 시선집National Poetry Series’에 선정되었으며 스탠리 쿠니츠의 추천으로 ‘라반 젊은 시인상Lavan Younger Poets Prize’을 수상했다. 현재 딸과 함께 뉴욕에 살고 있으며 뉴욕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 새러 로렌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Marriage

by Marie Howe


My husband likes to watch the cooking shows, the building shows,

the Discovery Channel, and the surgery channel.

Last night, he told us about a man who came into the emergency room


with a bayonet stuck entirely through his skull and brain.

Did they get it out? We all asked.

They did. And the man was O.K. because the blade went exactly between


the two halves without severing them.

And who had shoved this bayonet into the man's head? His wife.

A strong woman, someone said. And everyone else agreed.


from Marie Howe, The Kingdom of Ordinary Time, W. W. Norton, 2009.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