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발명> / 케이티 패리스

사랑의 발명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년이 대기실에 앉아 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떠나고 대기자 명단을 확인하고 예약을 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파손된 물건을 가져온다. 전에는 효험이 있었으나 이젠 듣지 않는 약. 사랑하지만 죽어 썩어가는 애완동물의 시신. 수많은 결혼생활이 부서져 발명된 물건들의 발명가에게서 수리를 기다린다. 그는 페니실린과 프로작을 발명했고 습포제, 부위, 인공 수족을 만들어내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결혼은 사실 그의 첫 번째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상담사나 애완동물 애호가, 소생술사, 약리학자로 여기지 않는다. 가끔 비서를 시켜 사람들을 죄다 대기실 밖으로 몰아내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와, 자판기 안 음료수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때로 몇 주씩 기다리곤 한다.


한쪽 날개를 가진 소년은 여기 한 달째 있다. 안쪽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간신히 고개를 들어볼 뿐, 탈수로 기력을 잃은 그는 정수기 앞에서 몇 모금 홀짝이며 버티고 있다. 그때 처음 발명가의 눈에 소년이 들어왔다. ―수척한, 깃털이 뭉텅 빠진, 의자 위로 불룩 솟은 육중한 날개― 소년은 축 늘어진 횡경막을 살짝 움직여본다.


발명된 물건들의 발명가는 눈을 뜨자 자신이 소년의 한쪽 날개에 안겨 있는 걸 알아차린다. 그는 찰나의 무의식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소년의 속 빈 뼈에 얹힌 그의 체중이 주는 중력의 결과를 물어보지 않으며, 호기심 어린 소년의 검은 눈동자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오직 느껴지는 대로 그는 느낀다. 발명가도 이것을 발명하지 않았다. 이건 무엇일까?


(이필 譯)



    이상을 좇다 에게해에 추락한 이카로스의 최후. 그런데 만약 이카로스가 해변으로 쓸려와 젖은 날개를 털고 가까스로 살아났다면? 이 시는 신화적 상상을 현대적으로 재-발명하고 있습니다. 케이티 패리스의 몇몇 시편을 찾아 읽으면서 그는 새로운 세대 중 가장 재능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닌가 싶더군요. 시와 산문의 하이브리드, 아니 시적 상상에 좀더 가깝습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샹그릴라나 중간계에서 일어날 법한, 그래서 창세기처럼 읽히는 무질서한 신화 같기도 하고, 혹은 어쩌면 이 시는 악몽으로 변한 이카로스의 한바탕 꿈 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르지요. 대문자 소년(The Boy)은 아이와 성인의 중간자적 존재, 성인 되기를 끝없이 유예시키는, 성인 되기에 대한 공포의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에로스를 욕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이 결핍되어 있어야겠죠. 페니실린과 프로작, 결혼생활은 이 결핍을 채우지 못합니다. 여기서 다시, ‘발명된 물건들의 발명가’라는 명명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이미 발명된 것들의 불완전함을 자각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온전한 ‘느낌’을 믿고 그것을 재발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도요. 그것이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 이필)


케이티 패리스

소설가이자 시인, 번역가, 교육자, 편집자. 1983년 미국에서 태어나 브라운대학에서 공부했다. 2011년에 발표한 『소년들소녀들BoysGirls』은 하이브리드 형식의 텍스트로 모던 신화의 확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18년 ‘앤 핼리 시문학상’, 2018년 ‘불빛 동화상’, 2017년 ‘오리슨 앤솔로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불어, 중국어, 러시아어 번역가이기도 해서, 『이 비통한 도시This Lamentable City』와 『내가 프라하에서 태어난다면If I Were Born in Pragh』을 공동번역했고 2012년에는 『뉴 캐세이 : 동시대 중국시 1990-2012』 번역으로 ‘동서양 DJS 번역상’을 받았다. 2015년 일야 카민스키 등과 함께 『가십과 형이상학 : 러시아 모더니스트 시인들의 산문』을 공동편집했다. UC버클리대학과 브라운대학을 거쳐 현재 샌디에이고주립대학 MFA 프로그램의 부교수로 있다.



The Invention of Love


by Katie Farris


The Boy with One Wing sits in a waiting room, watching people enter, leave, examine the waitlist, attempt appointments. They carry their most precious, destroyed things. The medicine that worked, that no longer works. A beloved, putrefying pet. Many marriages sit broken, waiting for repair by the Inventor of Invented Things. He invented penicillin and Prozac, and is said to have an open mind about inventing poultices, places, and prostheses. Marriage was in fact the Inventor’s first invention, but he does not consider himself a counselor, a pet cemetarian, a revivalist, or a pharmacologist. Occasionally he has his secretary drive everyone out of the waiting room, but they all come back, waiting for sometimes weeks without eating anything other than what’s in the vending machine.


The Boy with One Wing has been here for a month. Can barely lift his head to look when he hears that inner door open. He is weak from dehydration, from living off sips from the water cooler, but when the Inventor sees him for the first time—gaunt, molting, humped in his seat toward the heavy wing—he can only will his flaccid diaphragm to move.


The Inventor of Invented Things opens his eyes, finds himself cradled in the Boy’s One Wing. He does not consider the implications of his momentary unconsciousness, does not ask the gravitational consequences of his weight on the boy’s hollow bones, does not question the curious melanation of the Boy’s eyes. He feels only what he feels. The Inventor has not invented this. What is this?


from BoysGirls, by Katie Farris, Marick Press, Grosse Pointe Farms, Michiga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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