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 by 단단

너는 내 운명



너는 말했어 나만이 너를 채울 수 있다고
나는 부드러운 살점을 내줬지


너는 말했어 나만이 너를 위로할 수 있다고
나는 선홍빛 심장을 내줬어


내 눈에 빠지고 싶다고 말해서
두 눈알을 파내 네 손에 쥐어줬어


내 귀에 속삭이는 캔디 같은 사랑해
마음에 밀랍을 부었어


너를 위해서만 내 모든 것을 쓰게 한
너는 내 운명


헤어지자 한 마디에 하얗게 얼어버린
연탄덩이 내 머리통에 갈긴 너


사랑하지 않아 한 마디에 국가대표급
이단옆차기로 나를 날려버린 너


시선을 돌릴 때마다 내 머리카락 뜯고 잘라버린 너
다른 운명을 향해 나아갈 때마다 찢기고 멍들었던 

내 몸의 주인인
너는 내 운명,


너는 내 운명?
한 세기를 지나니 산더미처럼 쌓인 엿 같은 운명들
엿가락처럼 늘여 엿가위로 뚝뚝 끊어 먹고 핥아 먹고


다 먹어치우고 꺽!

 

시인 '단단'은

 

오네긴 하우스의 대표이며, 

언어를 고민하는 시각예술가입니다.

 

모든 장르의 예술에 페미니즘을 

관통시키는 기획을 구상하고 있으며 

'페미니즘 시선'을 기획했습니다. 


시대의 윤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예술을 비판하고자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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