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니 외 2편 by 유영순
- 묵혀온 시간의 방
- 2021. 2. 25. 20:47
아이보다 못한 어른
우리 대부분은, 같은 또래에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을
친구라 부르지 않나요?
친구가 별로 없는 나
말이 약간 느린 나는
모임 자리에 가면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듣는 곳은 두 곳이요, 말하는 곳은 한 곳이라고
많이 듣고 말은 적게 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말도 없이 잘 어울리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제주도의 9살짜리 동화작가 전이수라는 아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같은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두가 친구라 하네
난 아이보다 못한 어른이라고 느꼈다
속이 좁은 나
생각이 짧은 나
친구를 많이 가지고 싶은 나
나이만 많이 먹어 욕심이 많은 나
부끄럽다
내일이 있다는 건
아픔의 어제 고통의 오늘
내일이 있다는 건 분명 희망의 빛이 있다는 것
어제의 질투 오늘의 미움
내일이 있다는 건 분명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힘든 어제 고단한 하루
눈물의 오늘이었다면 눈물을 닦을 수 있는
복잡한 오늘이었다면 복잡함을 푸는 여유가 생기는
내게 던져진 잘못들이 있었다면 용서할 너그러움 생기는
어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일이 있다는 건
오늘의 삶을 감사하라며
여유분으로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니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국어 선생님 말씀하시길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oo보다 공부를 못해서
oo보다 예쁘지 못해서 등등
그땐 맞다고 생각했다.
그후에도 쭉 맞다고 생각했다
50년을 더 살고보니
틀린 말인 것 같네
누군가는 나보다 더 힘들어 보이고
누군가보다는 내가 행복한 것 같고
마음에 물어보는 답은 어디 있나요
선생님의 머릿속에도 없고
참고서에도 사전에도 없네
오직 내 마음에 답이 있네
그 답은 긍정긍정
└ 긍정적인 마음 by 정수
세월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이해한 것 같다가도 가끔 그 마음이 너무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힘겹고 고독한 삶에 맞서기 힘들어서 도피하기 위해, 그런 마음을 먹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긍정적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더 큰 불행은 피했으니까 다행이야.’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지.’ 이런 게 긍정적인 마음일까?
나도 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기는 어리숙하고 모르는 게 많아 힘들었던 때이기도 하다. 충분히 좌절하고 힘들어했지만 좋게좋게 생각하자고 했던 것 같다. 운명이라고 믿기도 했고 모든 나쁜 일에는 내 잘못도 있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나쁜 상황을 애써 직시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나쁜 의도는 없을 거라고 단정 짓고, 그들이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 여기거나 혹은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며 ‘좋게’ 상상하며 그걸 긍정적인 자세라고 믿었던 것 같다. 당시 내게는 ‘벌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꽤 해방감을 줬다. 어떤 상황이든 즐기며 그 상황을 최대한 긍정하려고 했지만, 괴롭고 힘든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자주 눈물만 쏟아졌을 때 나는 내가 생각하던 ‘긍정적’인 마음에 대한 정의를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인 태도라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맞서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아닐까.
주변에선 다들 엄마를 대단하다고 한다. 지독한 시집살이를 견디고 10년 넘게 아빠를 간병해오고 이번에는 본인의 암까지 함께 견디고 있는데, 힘들어하기 보단 자신은 강하다며 밝은 모습을 보이신다.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는 모습도 분명 강하고 멋진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들이 마냥 건강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엄마는 종종 지나치게 자신을 깎아내리고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예전의 나와 너무 닮아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지 않으면 더 아프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걸 알고 있다.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오히려 괴로우니 결국 내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엄마는 자신이 불쌍하게 보이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싫어서 괜찮아야만 한다면 그건 긍정적인 걸까.
지금 나는 너무 비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내가 맘대로 안타까워하던 엄마는 분명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멋지고 강한 여성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맞서 싸우기도 했고 똑똑하고 용기도 있는 사람이다. 엄마의 글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마음도 분명 진심일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긍정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며 횡설수설하다 보니 그걸 꼭 하나로 정의 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지쳐서 도망치는 것도, 맞서 싸우는 것도, 괜찮은 척을 하는 것도 다 내가 한 선택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면 모두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 후회를 하더라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결국 나 자신을 믿는 게 가장 긍정적인 마음인 것 같다.
엄마도 나도 우리들도 조금 더 자신을 믿고 스스로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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